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에서 열린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Conference of the Parties)가 막을 내렸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이해가 엇갈리고, 중국과 러시아 등이 협조하지 않아서 삐꺽 거리기도 했지만 성과가 없지는 않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개솔린과 디젤 자동차 판매 중단 서약. 포드, 머세데스 벤츠, GM, 볼보 등 6개 주요 자동차회사들과 20여 국가 정부들은 2035년까지 주요 시장에서, 2040년까지 전 세계 시장에서 신규제작 개솔린 자동차와 디젤 자동차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의 서약이 중요한 것은 인류가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5분의 1이 교통수단에서 배출되고, 교통수단 배출량의 절반 정도는 승용차나 밴 등 개개인의 자동차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전기자동차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모든 기후 논의의 주된 목적은 날로 더워지는 지구의 기온상승 속도를 늦추자는 것이다.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시대 이전 대비 섭씨 1.5도(화씨 2.7도)로 제한하자는 것인데, 이미 지구 평균기온은 1.1도가 상승한 상태이다. 위기의식을 갖고 대처하지 않으면 치명적 열파와 가뭄, 산불, 홍수, 생물다양성 붕괴 등 생태계 위험이 걷잡을 수 없이 높아진다고 과학자들은 경고한다.
이런 상황에서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되도록 걸어서 이동하고, 메탄가스 방출의 주범인 소고기를 덜 먹고, 일회용 제품 사용을 줄이고… 여러 방안들이 나와 있다. 하지만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책임감 있는 시민이 되려면 진짜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더 이상 아무 것도 사지 않는 것이다.
싼값에 최신 패션을 즐기게 하는 패스트 패션 때문에 제3세계는 선진국의 쓰레기 매립지가 되고 있다. 몇 번 입고 싫증난 옷들을 그냥 버리지 않고 기부하면서 당사자는 뭔가 장한 일을 한 듯 뿌듯해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게 아니다. 산더미 같은 옷들이 저소득 국가들에 기부되고, 이들 중 이용되는 것은 극히 일부. 대부분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 쓰레기가 되어 산을 이룬다.
소비자들이 자랑스럽게 들고 다니는 재활용 샤핑백은 또 어떤가. 일회용 플라스틱 백 쓰지 않고 순면 백 혹은 비닐 백을 쓰며 환경지킴이가 된 듯 당당하다. 이 역시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플라스틱 백은 문제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버려진 플라스틱은 썩지 않는 쓰레기가 되어 매립지를 메우고, 바다로 흘러 들어가 해양생물들에 피해를 준다. 하지만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 오존층 파괴, 물과 에너지 사용 등 기후변화에 미치는 악영향을 보면 환경에 가장 덜 피해를 주는 것이 플라스틱 백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2018년 덴마크 환경과 식품청 발표내용을 보면 생산 제조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해가 가장 큰 것은 놀랍게도 순면 토트백, 그중에서도 유기농 면으로 만든 토트백이다. 마켓에서 물건을 담아주는 플라스틱 백은 대개 쓰레기 담는 봉지로 한번 재활용하고 버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 기준으로 플라스틱 백이 생산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비슷하려면 종이 샤핑백은 43번, 일반 면 토트백은 7,100번, 유기농 면 토트백은 2만 번을 써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한번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 백을 쓰자는 것은 아니다. 환경에 가장 좋은 샤핑백은 지금 가지고 있는 샤핑백. 그게 무엇이든 집에 있는 걸 닳아 없어질 때까지 쓰고 또 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