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차에 함께 동승하는 우연한 기회에 지인이 묻어두고 있었던 핸디캡을 알게 되었다. 색깔 중 녹색과 적색을 선명히 구별하지 못하는 적녹색약 보유자라는 것이었다. 운전시에 신호등 색깔중 붉은색은 위치로 구별하시는 것이었고 심지어는 동그랗게 떠오른 보름달을 신호등으로 착각하고 멈춤신호를 지키듯 마냥 한참을 서있었던 에피소드도 들려주셨다. 색깔과 색맹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다. 태어나면서 흑과 백으로만 보이는 색맹까지 센서를 이용한 기기로 천연색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시대로 진입하게 되었다고. 첨단과학 혜택을 누리는 것으로 장착한 카메라 센서가 세상을 보고 보여지는 색깔이 음색을 지닌 소리로 귀에 전달되면 그 진동이 에너지화 되면서 색깔을 느끼게 된다는 이치인데 과학 이론엔 약한 편이라 온전한 이해 선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 같긴한데 이쯤이면 색깔에도 소리가 있다고 확증할 수 있지 않을까. 색깔의 힘이 소리로 전환되는 파장 에너지를 통해 색을 느끼는 능력을 얻게되는 세상이 도래할 줄은 생각치도 못했거니와 상상 조차도 미치지 않았었고 이만큼 과학의 힘이 급속도로 발전해 갈줄도 예측하지 못했었다.
색을 구분하고 분별하는 지각이 결여된 색맹을 위한 특수한 안경이 주목을 받고 있다고. 적색과 녹색, 파랑 원색 사이의 빛의 파장을 차단하는 필터를 이용해 색의 경계를 만드는 신경세포가 색을 구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과 색깔을 섬세하게 구분짓지 못하고 비슷한 색으로 인지하고 반응하는 부분에 착안해서 개발, 제작된 유용한 색보정 안경이 고안되었다는 사실조차도 이번 기회에 알게되었다. 화학자 존 돌턴이 자신에게 색각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색각을 주제로 최초의 논문을 발표하면서, 색맹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색상을 이용한 위장(僞裝)을 발견하는 능력이 정상인 보다 뛰어나 유리한 점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색깔이 과학을 힘입어 소리로 전달되고 소리가 색을 느끼는 일로 전환되는 놀라운 과학의 전개와 약진이 기적의 경지로 다가온다.
색깔은 계절마다의 상징적 표상으로, 인생들의 특정한 표현방식 결과물로, 묘사 형식으로 돋보이는 색상을 표출해내어 그리거나 담아내는 일련의 도구화된 것이 색깔의 성과물로 인식되어왔던 한계를 보게된다. 계절도 친구도 추억까지, 이미지를 기억하는데 색깔이 덧입혀져 쉽게 표제를 삼을 수 있었던 감수성이 두드려졌던 시기가 있었다. 계절 따라 드러나는 색깔의 심상이 마치 말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시간들도 있었으니까. 지금까지 그 색상들을 떠올리면 유년에나, 청소년 시기에 뇌리에 붙박이처럼 간직된 색깔의 감각이 영상이나 리듬으로 잊지못할 향기를 대동하고 노구를 찾아와주곤 한다. 자연 속에 펼쳐진 고유의 색깔들과 나누었던 사색들이 마음으로 전달되어 지금 껏 뇌세포 어느 부분에 저장되어 추억이란 기억의 갈피를 지배하고 있었던가보다. 색깔 마다 지닌 형질의 정보가 인간을 천성적으로 지배해왔던 정보 수용 능력의 본질이 색깔들과 어우러진 것 마저도 구상의 작용이나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것일게다. 생의 마디마디를 수채화처럼 간직하기를 유념기키거나 기록해둔 것도 아닌데 생각의 저변을 압도적으로 다스림하라고 요구받은 것 마냥 통제를 밀어내고 월등하게, 어쩌면 스스로가 만들어낸 보호색 같은 사고를 몰래 간직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를일이다. 이런 비경스러운 심경을 누구나 맛보는 것이 아니란 사실이 시원한 바람이 지나가듯 고적한 심화를 산뜻하게 틔워준다.
색깔에도 소리가 있음이요, 소리에도 색깔이 있음이다. 색상이 밝음과 어두움과 안락함과 소박함을 표현하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색깔의 의향이나 담백함이 숨어있음도 알아차리다 보면 색깔이 알리고자 하는, 표현하고자 하는 표현방법 중에 소리로 각색된 인식을 일깨워 준다는 이해에까지 닿게된다.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빛이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더라’는 천지창조가 이루어지면서 태초의 몸짓이 색깔을 창출해내고 색깔이 품고있는 소리가 자연과 인생을 짜임새있게 이룸을 도모하고 있다. 각양각색의 색깔에도 이기적인 색상으로 정이 가지않는 색이 있는가하면 평안을 나누어주는 따뜻한 색상도 섞여있어 선호하는 색깔을 저마다 지니게 된다. 색깔이 갖춘 다양성 또한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들과 어찌 그리 닮았는지. 물체가 반사하는 빛의 파장의 차이에 의해 유채색과 무채색으로 나뉘어지고 유채색의 배합으로 빛깔의 변화와 색조의 조절이 인위적으로 가능해지면서 색을 이용한 경지가 예술로 승화되는 눈부신 도약을 거듭하고 있다. 색깔이 지닌 소리란 어쩌면 빛깔을 통과하는 바람소리였을까. 아니면 찬란한 빛살을 받은 양지의 색깔이 태고로 부터 묵혀진 우리고 우러나온 소리를 머금고 있어서 였을까. 색깔로 듣는 소리가 있음은 실로 다사로운 발현이다. 계절에도 빛깔의 조화로움이 있음이요, 만상에도 빛깔의 어울림이 있음이요, 천지 만물에도 빛깔의 구분이 있음인데 과연 내 빛깔은 어떤 빛깔로 비쳐질까. 하늘이 푸름이라서 푸른 빛깔의 소리를 다듬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