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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여름 날, 적당한 행복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6-08-28 08: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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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정자(시인 수필가)  

 

완숙한 여름이다. 태양은 더할 나위 없이 뜨겁고 대기는 높은 습도로 폭염이 장기화 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식물들은 육감적인 줄기를 살찌우며 뻗어 나가고 뜨거운 볕 살 아래 씨앗과 열매가 마음껏 속살을 찌우며 여물어 가도록 뿌리는 힘차게 지층을 뚫고 사방을 점령하고 있다. 오랜만에 개인 날씨를 반기며 공원을 찾았다. 막힘 없이 흐르는 계곡 물을 바라보며 우리네가 살아가는 세상도 저리 시원하게 흐르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막혔던 관계의 소통들이 풀리고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소비자 물가 지수 그래프가 제자리를 찾고, 모든 만사가 물길처럼 막힘 없이 흐른다면, 지난했던 인생들의 계획이 다시금 속도를 찾게 된다면 얼마나 시원할까. 계곡을 압도하는 물소리에 더위도 답답함도 잠시 잊게 된다.     

 

차분히 생의 내면을 들여다 보기에는 힘겨운 계절이지만, 소소한 일상은 어김없이 세월에 실려 흘러가는 것을 보면 8월이 세상 흐름을 넉넉하게 만들어 주고 있나 보다. 두려움도 망설임도 없는 8월은 넘치도록 힘찬 달이다. 의기소침을 모르는, 곁과 속이 함께 성숙해가는 어른스러운 계절이다. 연륜의 나이테와 비유해 보면 8월은 장년기 어른 주기와 닮아 있다. 호기롭고 왕성한 생육이 힘찬 도약의 실현이듯 힘이 넘친다. 만상이 최상의 성숙을 도모 하며 모든 곡식이며 과육이 익어가고 있다. 지구 곳간을 채우려 가을이 오기까지 게으름 피울 겨를 없이 의연하고 속 깊은 어미 같은 후덕함을 베푸는 예쁨도 지니고 있다.  

 

오곡 백과가 익어가는 8월은 그리운 것들을 하나씩 품으며 그리움이란 집을 짓고있다.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지는 것이 아닌, 가을의 성숙을 위한 은밀한 기도가 숨겨져 있다. 의연하게 목적과 계획, 수고의 띠를 질끈 두른 8월 민 낯에 흐르는 땀방울의 의미는 솔직한 여름의 진면모라 할 수 있겠다. 불규칙한 기상변화 속에서도 묵묵히 걸어갈 수 밖에 없는 기후 이변이 남긴 생채기가 온전히 아물지 않음이라서 8월이 지닌 치열한 생명력을 삶의 에너지 전환 신호로 수용해야 할 것 같다. 힘들었지만 지나고 나면 찬란하게 기억될 여름 날의 피날레가 저만치 보인다. 미처 여름 찬가를 펼쳐 보이기도 전인데. 

 

깊은 밤 하늘에 기울어진 하현달이 새벽이 되도록 인생들이 건너고 있는 고단한 세상을 내려다 보고 있다. 8월은 무더위, 열대야, 폭염, 높은 습도가 8월이란 깊고 커다란 품 속에서 숨쉬고 있지만 힘겹고 메마른 세상을 더욱 충만하게 채워주고 떠나려는 8월의 마음은 타 들어가고 있다. 아직 등을 보이지 않은 8월의 성실과 근면, 몰두를 향해 머리가 숙여진다. 삶의 지층을 쌓아 오면서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느라 뜨거운 눈물을 흘려본 인생이라면 8월의 심중을 짐작이라도 할 수 있으리라.

 

비가 기다려지던 메마른 시기를 지나는 동안 물줄기가 얼마나 감사한지 알게 되 듯 애타게 갈망하는 시기를 지나본 사람만이 충족의 행복을 안다. 지나치게 바라지 않으며 꾸려온 나날들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가끔 씩 떠올려 보자고 나이든 아낙을 부추겨 본다.  구름이 온 하늘을 덮기도 하고 소나기도 염치없이 자주 들락거렸던 8월 끝자락에 당도한 지금이지만  여름은 제 분수를 지켜내는 수더분한 아낙처럼 소박한 자족을 보여주고 떠나려 한다. 가을 시작을 알리는 입추에 처서도 보냈고 ‘흰 이슬’ 이 맺히기 시작하는 백로가 저만큼 이다. 그 뜨겁던 열기도 웬만큼 잠잠해지고 아침 저녁, 선선한 기운이 찾아 들기 시작했다. 간간이 내리는 비는 가을을 불러들이는 마중물로 수락해주며 용납하기로 한다.  

메마른 사막 길도 걸어보고, 마른 입술을 추길 물 한잔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아는 자 만이 분주한 8월의 속 깊은 베풂을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8월은 홀연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가을이 결실의 계절로 다가오도록 준비를 서두르는 달이다. 이 정도에서 마침 좋다. 8월의 마음 씀씀이와 돌봄과 배려를 어찌 다 섭렵할 수 있겠는가. 8월은 성실을 품은 속 깊음으로 과육을 살찌게 해주었고 겨울 준비까지 마음을 쏟고 떠나려 한다. 더는 욕심을 얹지 말고 적절한 일상의 행복을 누리자고 속삭이듯 다짐해본다. 8월이 남기고 떠날 넘치지 않는 적당한 행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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