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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인생이 다 그런 거지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6-07-24 08:4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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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정자(시인 수필가)  

 

건강하고 만사가 편안하게 잘 풀릴 때, 남의 힘든 불행을 엿보며 무심코 내뱉던 말 ‘인생이 다 그런 거지 뭐, 잘 될 거야 잃은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게 인지상정 세상살이 아닌가’ 무심코 말을 던지고는 돌아섰던 순간이 왠지 두고두고 마음 구석에서 끙끙거리고 있음을 문득 발견하게 되었다. 

 

무책임하게 건넨 말들이 날카로운 촉을 세우고 내 가슴을 노려보고 있는 기세다. 과연 내게 닥친 불행을 향해 아무렇지도 않게 ‘인생이 다 그런 거지’ 라는 말을 툭 던질 수 있었을까. 

서너 해 전 한국 방문길에서 어쩌면 우리 생애 중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일이라는 말을 우리 남매가 나누고 헤어진 적이 있었다. 

내 남동생은 본인의 신상을 예상 했는지 “누님 앞에서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긴 하지만 사람이 나이 들고 세상을 떠나고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순환이 잘 되어야 살맛 나는 세상이지, 늙어가기만 하고 죽지 않고 계속 살아보겠다고 욕심을 낸다면 세상이 어찌 감당할까 싶네요, 

팔십이면 충분히 몫의 삶은 살아낸 셈이니까 우리 서로 누가 먼저 소식을 전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자연의 순리로 받아들입시다” 빙긋이 웃으면서 가만히 손을 잡아주던 동생의 2주기를 맞게 되었다. 이태 전 이맘 때 누나 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이국 땅에 누나를 동그마니 남겨두고서.

가족력에 비하면 오래 살아온 셈이 된다. 맏이인 큰 딸을 대학에 갓 입학시켜놓고 홀연히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 TV가 세상에 나타나면서 아나운서로 일하던 여동생이 한참 일할 사십대에 서둘러 가버렸다. 환갑을 넘기시고 아쉽게 이별한 내 어머니. 이제 가족의 절반도 못되는 나, 여동생, 남동생만 남았다. 내가 제일 고령이다. 감사할 일이다. 

세상과의 작별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음이지만 동생과의 작별 또한 예상치 못한 절감하지 못한 이별이라 슬픔도 무르춤하니 보낼 줄 알았는데 문득 문득 이별이란 감정 수용의 파도를 타고 찾아 드는 눈물은 필요한 과정처럼 훅하니 밀려들곤 한다. 

이렇듯 눈물타령이나 하고 있을 게 아니라 마지막을 잘 정돈하고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일으켜 세워 주었다.

마지막 정리. 얼마전부터 이미 나누고 소유를 줄여가고 있긴 하지만 떠날 준비에 입각한 정리는 막막함이 앞선다. 옷장부터 열어본다. 하기야 옷가지는 두고 떠난다 해도 아무나 처리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 중요한 핸드링 아이템은 아니다. 하지만 마지막 입고 갈 의상 만은 필수 품목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남동생은 영정사진을 미리 준비해 두었다며 보여주었던 생각이 난다. 나도 준비해 두었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를 나누었던 시간들이 바로 조금 전 같은데. 은행 통장도 현금도 쉽게 마무리 할 수 있을 만큼이다. 유난히 많은 책들은 시간을 마련하여 교회 도서실에 기증할 계획이다. 갖고 있기에는 애착의 미지수가 높은 편이라 엉거주춤 보관한 사물들이 꽤 많다고 느껴진다. 

종류 따라 분류를 해두고 말없이 가만가만 손에 쥐어 줄 소장품이 내 시선을 피하고 있는 듯 하다. 잘 정리해서 인수 인계할 마땅한 인연이 막연하게 가물가물한 지평선 마냥 묘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마음 준비를 예시해 주고 떠난 동생이었지만 오빠처럼 지켜준 내 편이 떠났다. 결국 ‘인생이 다 그런 거지’ 라는 말만 입 속을 맴돌고 있다.

살아가는 생애 동안 과연 얼마나 생의 마지막을 느끼고 제대로 실체를 만나본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있었던가. 이를 위한 준비 또한 생각이나 하고 살아왔는가. 언어가 있어도 사람과의 소통조차 차단기가 가로 놓여 있고 혼자 만의 통용어로 하루를 보낸 적은 없었던가. 어느 사회학 교수는 ‘사랑 과 연민이 없으면 인류는 절대 제대로 살 수 없다’고 말했다. 

공감부분 이 크다. 이 시대 우리 인류가 불행한 것은 인플레이션이 낳은 물가 고공행진이나 불법 체류자 단속이 남긴 이산 가족들의 고통이나 기후변화가 빚은 농작 물 폐해가 아닌 따뜻한 가슴 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면서 ‘인생이 다 그런 거지’ 로 결론이 유추되고 만다. 그렇다 ‘인생이 다 그런 거지’ ‘어쩔 수 없이 인생이 다 그런 거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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