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정자(시인 수필가)
실내 어디든 에어컨이 작동하고 있는 더위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세상은 궂은 일기 속에서도 월드컵 행사를 치르고 있고, 하늘은 흐림과 푸르름을 번복하며 하루들을 이어가고 있다. 가로수들도 생기를 얻은 듯 줄기들이 잎사귀를 지휘하 듯 너울대기도 하고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축 늘어져 있는 모양새를 반복하고 있다. 자연의 순리로 계절을 감각하기 보다는 디지털 달력 숫자로만 살아가는 게 아닐까 하는 기우가 일기도 하는 것은 몸이 계절을 솔직하게 느끼기보다 여러 매체 속을 떠도는 정보들이 먼저 계절을 인식시키는 세상이 된 지 오래기 때문인 듯하다. 게다가 예상치 못한 천재지변으로 하여 운명이란 말이 오갈 때면 팔자타령까지 등장하는 터라 거부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곤 한다. 올곧은 삶을 살아내려 달려온 것도 스스로 선택이었고, 결과 또한 책임져야 한다는 지론을 지켜온 셈인데 팔자나, 운명이지 하는 말 속에는 이미 주어진 대본대로 움직여온 배우에 지나지 않는다는 설정에는 동의하고 싶지 않음이다.
나이든 아낙의 오만 일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내 삶의 주체는 나라는 실상을 붙들고 있다. 어쩌면 이런 주장을 내세울 수 있게 해 준 것이 아무래도 글 쓰기 였던 것 같다. 한 계 없는 시작 또한 이런 나를 위로해 주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내 생의 막음 날 또한 창조주의 뜻으로 받아들인다 할지라도 그것조차도 아침이 열리고 밤이 시작되는 일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 같다. 아직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이 얼마간은 주어졌다고 믿고 있기에 최선으로 살아 가려 한다. 아침이 열리고 아침을 호흡하고 아침의 민 낯을 반기는 감동은 아침은 늘 아침이 되어 돌아오는 감각적 울림 때문일 게다. 오늘도 싱그러운 아침이 열리고 새 날이 주어졌다.
새롭게 열리는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끼어들 수가 없다. 아침이 찾아온 것은 오로지 새날을 싱그럽고 상큼한 기운으로 하루를 열어주기 위해서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불안해 하지 말라고 일러주기도 하고 두려워하지 말라고 위로해 주는 것이 아침의 사명인 것 마냥 매일 아침 각인 시켜 주고 있다. 하지만 과거를 지나치게 내세우며 자랑스러워 하거나 미래를 근거 없이 낙관 해서는 더욱 안 될 것이란 반론에도 귀를 기우려야 할 것이다. 아침이 열리는 창 앞에 서면 지금, 여기, 오늘이 귀한 하루로 다가 왔기에 귀한 하루로 세워가야 할 것이란 다짐이 불끈 솟아 오른다. 오늘 아침이 흘러 과거가 되고, 미래가 열리기도 하기에 자존의식은 더 귀하고 귀한 존재 의식으로 메아리가 되어 가슴으로 온 몸으로 신체 세포를 일깨워 준다. 이 소중한 일깨움을 주어진 하루에 접목시키기 위해서는 그냥 습관처럼 매일 열리는 하루들이라 하찮은 주기라고 여기며 귀하지 않은 일로 단정지으려는 생각은 단호히 밀어내야 할 것이다.
귀하지 않다는 말은 귀하지 않게 여긴다는 뜻으로 ‘귀찮다’는 말이 파생된다. 귀하지 않다는 줄임 말이 ‘귀찮다’이다. 또한 그렇게 조성된 마음을 한심(寒心)하다는 말로 표현되기도 한다. 찰 한 (寒)과 마음 심 (心)이 합쳐진 한자어로 차가운 마음을 뜻한다. 한심이란 말은 새로움에 감동하지 않는, 흥미나 의욕이 없거나 상황이 도무지 기대에 미치지 않는 기막힌 감정을 표현할 때 쓰여지는 말이다. 때로는 어떠한 행동이 파생한 결과가 “한심하다”거나 실망스러운 결과에 따른 자신의 입지가 “한심하다”로 표현되기도 한다. 모든 게 귀찮아지는 마음이라 마음이 차가워진 것이다. 오늘을 귀하게 여기고 오늘을 열어주는 아침을 반기고 오늘 하루를 귀하게 여기는 삶이기를 기대할 수 있는 귀한 아침이 또다시 오늘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열리고 있다.
세상은 계속 불안하고 소란스럽고 자연 재해가 쓰나미처럼 몰려와도 아침은 늘 아침이 되어 돌아온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아침은 우리에게 새로운 시작을 열어 준다. 어제의 고단함과 오늘을 분리시켜 주고 다시 눈을 뜨는 순간 새로운 기회와 희망이 주어진다. 아침의 의미와 시작은 밤의 어둠이 걷히고 여명이 열리고 밝은 빛이 세상에 퍼져 나갈 때, 우리는 다시금 심호흡과 함께 하루를 시작할 용기를 얻게 된다. 해서 아침은 쉼 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언제나 우리를 기다려주는 안식처이자 출발점이다. 아침은 늘 아침이 되어 다시 돌아오기에 세상 모든 인류는 새 희망과 새로운 용기를 부여 받을 수 있음 이다. 다시금 되짚어 읊조려 본다. ‘아침은 늘 아침이 되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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