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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세월 속의 아버지 길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6-06-19 08:3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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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정자(시인 수필가)  

 

아버지날을 맞게되면 단단하게 뿌리 내린 아름드리 나무같은 심상으로 떠오른다. 내 아버지께서 떠나신지 반세기를 훌쩍 넘어섰지만 지금껏 내 생애 속에 깃들어 등대가 되어주고 계신다. 후손들에게 기림받는 아버지 상을 가꾸어 오신 아버지의 길은 호락호락하지 않으셨을 것이란 깨달음이 머리에 서리를 얹고서야 절절하게 밀려든다. 내 아버지께서 지켜오신 자리는 가족을 향한 묵묵한 헌신과 끝없는 의무와 책임이란 무거운 사명감이 짐처럼 무거우셨으리라. 생의 진정한 의미와 성취를 완성해 나가는 사명감 앞에서 길을 잃지 않고 꾸준한 행진처럼 이어오신 것은 핵심적 본질을 잃지 않으시며 가족의 진정한 가치를 알고 계셨기 때문이요, 늘 되새겨 오셨을 것이란 생각에 까지 미치게 된다. 

 

무거운 의무감, 사명감 때문에도 수없이 좌절하고 숙고해 오셨을 것이다. 가끔은 두렵고 도망치고 싶은 감정이 자연스레 발생하기도 했을 것이고 때로는 당장 그날 그날 감당해야할 작고 조그만 일에 까지도 거대한 사명감이 앞장서서 압도 감을 느낄 수도 있었을 것인데, 무거운 책임에 짓눌려 자신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셨을 것이다. 쉼과 재충전 역시 사명을 완수하기 위한 책임의 일부 이기에 재 충전의 필요성을 실천 하셨어야 했는데. 지금 아버지를 뵙게된다면 소중한 아버지 자신을 잃지 않도록 마인드 컨트롤 시도를 권해 드렸을 터인데. 어떠한 상황에 놓여 계신지, 무엇이 가장 큰 부담 이었는지, 아버지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드리며 상황을 조금은 더 가볍게 풀어 나갈 수 있는 실질적인 해결책이나 마인드셋 전략을 함께 고심해 드렸어야 했는데. 너무 일찍 떠나신 아버지께 많이  죄송스럽고 안타깝고 마음 아픈 가운데 Father's Day 는 어김없이 돌아오지만 이제, 나이 든 여식은 청개구리가 되어 속수무책일 수 밖에. 

 

아버지의 일생은 비움으로 일관된 삶이셨다. 가족은 물론 가까운 형제나 먼 일가 친척까지 주변을 채워주며 보살펴온 일생이었다. 다 비우신 것 같았는데 다시금 주위를 돌아보기 위해 늘 채우시며 모자람이 쉽게 노출되지 않는 쉼 없는 정진 뿐이셨다. 삶의 무게로 지친 이들에게 넉넉한 그늘을 내어주신 삶의 태도로 일관해오신 분이셨다. 5남매중 셋째로 자수 성가 하시면서 모든 형제들의 생의 발판을 마련해 주셨고 고향 조카들을 불러다 대학까지 저들의 부모가 되어주셨다. 작금 시대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삶을 살아오신 아버지 셨다. 가족 곁을 떠나신 후에야 아버지의 길을 이해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연민도, 계기도 순서 없이 가슴이 무너지는 조화롭지 못한 모순과 역설로 다가 오다니. 아버지 보다 훨씬 오래 살아온 누림을 보람으로 선회하며 남은 시간을 추가옵션 처럼은 쓰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을 다독인다.  

 

지금 현재 이 시대의 세상은 아버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가족과 사회가 뒷받침 해줄만큼 열려있다. 같이 놀고 공부 하면서 어울리는 행복을 공유하며 공공연히 나눌 수 있는 시대상으로 변천했다. 아버지의 자상한 행동에도 제약이 없는 시대요 자연스럽게 사회성과 지식과 지혜를 전달 받으면서 얼마든지 공개해도 되는 시대 흐름을 따라 단단한 울타리가 더욱 견고해지는 것 까지도 아름다운 혜택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 문화가 부럽다. 기억해 보면 아버지 손을 잡고 매달리고 싶었는데도 그것마저 망설임 끝에 텅빈 추억이 되어버린 우리네 연대 들의 성장기에 측은한 마음이 되는 것은 내 아버지와의 추억 속을 헤집어 보아도 지금의 부녀 풍경과는 서늘할 만큼 완충지대를 연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아버지라는 부름은 듣고 싶어도 바램 한다고 다 들을 수 있는 부름이 아니다. 고귀하고 아름다운 이름으로 그리워지는 이름으로 영원히 남겨지는 열광의 이름이다. 세월의 손을 다장하게 잡고 아버지께서 남겨주신 따스한 유훈을 안고 남은 날들을 하늘에 맡기며 처연히 걸어 가기로 한다. 내 딸들의 아버지와 내 손주 들의 아버지를 위한 기도를 쉬지 않으려 한다. 할머니가 된 딸의 마음에 그려져 있는 아버지의 초상화는 묵묵히 세월 속의 아버지의 길을 열어가고 계신다. 유난히 비가 잦은 이즈음이라 어디매쯤 냇가에서 청개구리 처럼 목놓아 울고싶은 Father's Day가 올해도 노구의 아낙을 찾아 들었다. 뵙고 싶은 내 아버지께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올려 드리지만, 언제쯤 어떻게 뵈옵게 될지. 오늘도 세월 속의 내 아버지의 길이 사무치게 그리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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