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평생을 정갈하고 조화로운 것들 속에 머물고 싶었다. 글을 쓸 때도, 악기를 다룰 때도, 사람을 사귈 때도 도-미-솔처럼 안정적인 협화음만이 인생의 정답이라 믿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며 비로소 깨닫는다. 때로 음정이 깨지고 찌그러진 듯한 ‘불협화음’은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곡에 팽팽한 긴장과 생동감을 불어넣는 필수적인 ‘텐션’이라는 것을. 날카로운 불협화음이 존재하기에, 뒤따라오는 화음의 존재가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것을.
‘봄의 제전’이라는 스트라빈스키의 발레 음악이 있다. 그 곡은 그 옛날 초연 당시 관객들이 폭동을 일으켰을 만큼 파격적인 불협화음으로 가득 차 있다. 그 모호하고 불안한 음색은 듣는 이의 마음을 끝없이 자극하고, 곡 전체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만약 그 곡에 깨지고 꼬인 듯 부딪히는 음정이 없었다면, 인간의 그 깊고 처절한 갈망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 그 음악에서 불협화음은 생명력이다. 그것은 뒤에 올 안식과 해결을 더욱 찬란하게 빛내기 위해 스스로 ‘불편함’을 자처하는 소리다.불협화음은 결코 불청객이 아니다.
우리네 삶도 이와 같지 않을까. 돌이켜보면 내 인생의 가장 찬란했던 순간들은 대개 혹독한 불협화음이 지나간 자리에 피어났다. 예기치 못한 병마와 싸우며 몸과 마음이 어긋나던 시간들, 이민자로 살며 낯선 땅에서 겪었던 문화적 충돌과 언어의 장벽들은 내 삶의 악보 위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날카로운 반음과도 같았다. 그때는 그 소리들이 인생을 짜증나게 하고 망치는 소음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 불안정한 음들이 있었기에 나는 ‘인내’라는 새로운 리듬을 배웠고, ‘공감’이라는 깊은 저음을 얻었다. 암이라는 시련은 내게 건강의 소중함을 넘어, 오늘 마시는 차 한 잔의 향기가 얼마나 경이로운지를 일깨워준 강렬한 불협화음이었다. 낯선 타국에서의 고독은 오히려 모국어로 글을 쓰게 하는 창작의 원동력이 되었다. 삶의 불협화음이 해결될 때 느껴지는 그 해방감은, 처음부터 평탄하기만 했던 곡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고귀한 성취였다.
철학자 니체는 "자신 속의 카오스를 간직해야 춤추는 별을 낳을 수 있다"고 했다. 인생이라는 거대한 교향곡에서 고난과 갈등, 상처는 피해야 할 오점이 아니다. 오히려 곡의 입체감을 살려주는 필수적인 장치다. 완벽하게 조화롭기만 한 곡은 이내 지루해지기 마련이지만, 불협화음이 적절히 섞인 곡은 청중의 심장을 고동치게 하고 잊히지 않는 여운을 남긴다.
인생의 모든 음표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그런고로 내 삶에 찾아오는 불협화음을 너그럽게 맞이하려 한다. 그것이 관계의 갈등이든, 노화로 인한 뼈마디의 삐걱거림이든, 그 소란한 통증 끝에 마침내 찾아올 깊고 고요한 협화음을 믿으며, 나는 오늘도 내 몸이 내는 이 정직한 불협화음에 귀를 기울인다. 거친 불협화음이 마침내 부드러운 화음으로 녹아 들어, 내 인생의 악보가 비로소 한 편의 완성된 수필이 되고, 시로 마무리 짓게 되기를 바라본다.
요즘 들어 무릎과 어깨가 아파 고생하는 친구들이 늘어난다. 나 역시 이미 겪고 있는 불협화음인 그 저릿한 ‘삐걱거림’을 서글픈 소음으로만 치부하지 않으려 한다. 그것은 낡아가는 기계의 마찰음이 아니라, 한평생 치열하게 연주해온 인생이라는 악기가 내는 깊고 중후한 불협화음이라 믿는다. 지금 당장 몸 어딘 가에서 들려오는 불협화음에 일상이 삐걱거리고 괴로울지라도 너무 상심하지 말자. 그것은 삶이라는 곡이 가장 장엄한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생생한 증거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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