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정자(시인 수필가)
꽃가루가 씻겨 나갈 만큼의 비가 내려주었으면 좋겠다. 꽃가루가 천지를 덕지덕지 뒤덮는 호통 속에 하루들의 지친 걸음이 지속되고 있다. 세상은 전쟁으로 인한 거침없는 휘둘림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설상가상 꽃가루의 야만적인 조용한 폭력까지 가해지고 있다. 꽃가루가 야기해낸 재채기와 안구의 쓰림과 눈물 따위에는 무관심이 횡행하고 있지만 우리네 하루들 일상은 투명한 듯 안이하게 지속되고 있다. 이것이 인생 인가 싶을 만큼인데 도 아침이면 오늘은 비가 내리려 나 하고 비를 기다린다. 마치 플랫폼에 서서 기차를 기다리는 것처럼 비를 기다린다. 햇살이 화창한 날인데도 무슨 방편처럼 우산을 챙겨 들고 집을 나서면서 간절히 비를 기다린다. 매일. 마치 비가 치료제라도 되는 듯, 간절한 마음을 읽어줄 것 같은, 실존적 물음에 정확한 답을 제시할 것 같은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 답 없는 답을 찾고 있는 우문현답 동문서답 문을 두드리고 있는 형국인데 비 소식은 아직 멀다.
꽃가루는 인체까지도 꽃인 줄 아는지 눈도 코도 구별 없이 제 사명을 다하려 한다. 재채기에 기침에 안구까지 치명적이다. 이에 어지럼증까지 감당이 안되는 터에 눈은 충혈 되고 결막염에 비염까지 극성스럽게 유발시키고 있다. 잠자리에선 가래가 끓고 수면 무호흡증에 코 골이 악화로 삶의 질이 무진장 떨어지고 있다. 거리의 차들도 꽃에게 명중되어야 할 오발탄결과물을 부착하고 다닌다. 야외활동 제한 뿐 아니라 과일도 조심해서 먹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천식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꽃가루 폭력이 괴롭다. 아름답지만 치명적이고 강렬한 꽃가루 폭력에 대처하기 위해 자연에 의존하는 방법을 강구 할 수 밖에 없음이다. 보이지 않는 비의 포괄적이고 현실적인 실재인 비 냄새라도 맡고 싶은 심정이 생각으로 붙박이가 되기 전에 구름 층을 뚫고 생명의 감수성을 보여주기라도 했으면 싶은데. 비를 바래는 와중인데 비는 우리에게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삶의 의미를 탐색할 시간을 제공하고 있는 건 아닌지. 비의 흔적을 돌아보면 마음을 맑게 해주었고 생명의 혈맥임을 일깨워 주곤 했었다 는 생각에 머물게 된다.
과학의 눈으로 바라본 꽃가루는 시대를 알 수 있는 타임캡슐이라 했다. 꽃가루로 옛 식물과 기후를 파악해 낸다고 한다. 꽃을 피우는 식물은 꽃가루를 만들어 내는데 대부분 암술에 닿기도 전 땅에 떨어지는데 그 꽃가루가 화석이 되어 지층에 남아있는 꽃가루의 형태와 무늬를 조사하면 어떤 식물이 있었는지 같은 시대에 자랐던 나무 종류부터 그 시대의 기온 까지도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활엽수와 침엽수의 화석에서 찾게 된 꽃가루로 하여 그 습지의 온도가 지금 보다 더 낮았다는 사실을 분석하게 되었다고 한다. 먼 옛날 1만년 전 지구환경까지 꽃가루 화석으로 여러가지 생태계 환경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신비롭다.
아마 꽃가루는 숨바꼭질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만나야 할 암술을 찾아 바람에 실려 천지 분간 없이 돌아 다닌다. 어쩌면 서로를 부르며 찾아다닐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꽃가루가 암술의 씨방에 도달할 때까지 암술은 홀로 긴긴 날 꽃가루를 기다리며 꽃의 생을 살고 있다. 꽃은 꽃잎이 낙화한 다음까지도 꽃이다. 꽃은 모양과 빛깔과 향기와 더불어 꽃 가루로 태어난다. 홀로 피는 꽃은 없다는 것이다. 화사하고 우아한 모습으로 피어난 꽃들도 온몸에 꽃가루를 묻히고 겨울을 준비해 왔다는 신성한 생명력이 숨겨져 있음이다. 어쩌면 꽃들의 생의 상처가 꽃가루로 흩날리며, 바람에 헛되이 뿌려지지는 않았는지, 남김 없이 허물어지며 끝내 머물지 못하고 흔적 없는 침묵을 남기고 사라지는 것이 꽃가루 생애였다.
이렇듯 애처롭고 아름다운 사연을 지닌 꽃가루지만 인체엔 피해를 끼치고 있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대립되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이중성 또는 양면 가치의 복합성이 양날의 검이나 동전의 양면같이 본질이 가진 두가지 성질을 동시에 지닌다는 사실이다. 꽃가루 폭력에 민감한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 앞에 지나치면 부족함 보다 못한 것임을 절감 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꽃가루가 극심한 날이면 외부활동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어라는 조언이 있지만 꽃가루가 노랗게 쌓여가는 3월 끝자락의 아침, 사야는 연 록으로 물들어 가고 하루가 다르게 바뀐 모습으로 변하고 있는데, 꽃가루 폭력을 잠재우고 싶은 노년의 아낙은 꽃가루 시즌의 마무리가 당겨졌으면 하는 소원이 깊어 간다. ‘잘 가요, 꽃가루여’ 안녕을 외쳐 본다. 꽃가루를 깔끔하게 씻겨줄 빗줄기를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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