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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남기고 싶은, 남겨야 할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12-05 08: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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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정자(시인 수필가)      

 

부지불식간에 한 해가 지나가 버리고 마지막 달 12월 앞에 섰다. 마지막이란 말 앞에 서게 되면 언제든 숙연해 진다. 하루의 마지막, 한 주간의 마지막, 그 달의 마지막, 한 해의 마지막, 인생의 마지막까지, 마지막을 상상하게 되면 지금을 더 소중히 여기고,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을 상기하게 된다. 현재에 충실하고, 사랑하는 가족과 주변 관계를 다시금 돌아보게 되고 스스로를 재정립하는 기회로 받아들이게 된다. 삶의 파고가 만들어내는 문제들을 문제로 삼지 않도록 성정을 가다듬는 일 또한 소중한 전제로 삼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문제 많은 세상이지만 이 또한 철 없었을 때와 절 들 때가 분기점이 되면서 지혜로운 인생으로 편승하게 된다. 여자들은 시집살이를 하면서부터, 남자는 군대를 갔다 오면서 라는 말도 있다. 송구영신 절기가 다가오면 매번 인생의 매듭과 시작을 돌아보게 된다. 때로는 넘어지고, 깨어지고, 상처 받았을 때, 어김없이 일으켜 세워 주신 창조주께 마음을 다해 감사를 올려드리며, 이 감사가 내 생애의 지금과 마지막 고백이 되어 지기를 소망 드리게 된다. 이를 위해 손 위에 항상 말씀을 두고 살아가려 한다. 한국에서 보낸 40년 세월, 이 땅에서 보낸 40년 세월에 남은 생애까지 창조주 보살핌 가운데 이어질 것을 확신하며 남은 날 동안 순종으로 주님과의 언약을 붙잡고 결단코 낙오하지 말아야 함을 다짐에 다짐을 하며 을사년을 떠나 보내려 한다. 

인간의 체온이 깃든 말 중에서 어머니께서 남겨 주신 말은 내 기억줄에 언어적 현존으로 각인 되어있다. 태평양이란 넓은 바다가 어머니 임종과 시간 짜임새를 조절해 주진 못했지만 평소에 심어 주신 말들이 하나의 흐트러짐 없이 각인 되어있기에 내 남은 삶의 등대가 되어주었다. 인간은 연약하지만 언어는 강력한 것이다. 특히 이 세상 모든 부모님의 말은 미래를 살아내고도 남을 만큼의 힘이 내재되어 있다. 우리네의 남은 시간은 결코 알 수 없고 대부분의 사람은 삶의 종말 앞에 서서는 막상 하고 픈 말을 못하고 세상을 하직하게 된다. 남겨진 말로 평생을 기억할 수 있는 관계라면 미리 그 말들을 정리해 두고 가장 적절한 시간에 나누는 것이 최선일 듯 하다. 나중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때를 생각해서라도 남기고 싶은, 남겨야 할, 어쩌면 마지막 말이 될 수도 있는 말들을 미리 정돈해서 사전에 예비해 두는 시간을 마련하려 한다.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날, 들리지 않던 것이 들리는 날을 기다리면서 주님 음성에 귀 기울이며 남은 날들을 보내는 동안, 마지막 말, 가장 의미 있는 말, 어쩌면 마지막 신앙 고백일 수도 있는 말. 상식적인 자랑거리나 푸념거리가 아닌 평소 모습에서 우러나는, 이 땅을 떠나더라도 이 말만은 꼭 손에 쥐어 주고 싶은 말을 다시 정돈 해야 한다는 마음이 다급 해진다. 

부모님을 떠나 보낸 후 문득 문득 남기신 말들이 생각나는 건 남겨진 자식들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두고두고 남겨져 있는 기억이 있다. 이민으로 어머니 곁을 떠나게 될 때 해 주신 말씀이다. ‘너는 맏이의 자리에서 부모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묵묵하게 제 할 일을 다해온 딸이었단다. 어리지만 맏이인 네가 늘 힘이 되어주었고 버팀목처럼 엄마를 지켜주었단다. 여한 없이 딸의 자리를 잘 지켜주어서 고맙다.’다시는 이렇게 둘이 마주 앉을 일이 쉬울 것 같지 않으시다며 탁월하신 품격에서 우러나오는 격조 높은 말씀들을 해 주셨다. 어머님의 그날 말씀은 지금까지 부족한 여식의 잠언으로, 마지막 유언처럼 살아 숨쉬고 있다. 자신이 세상에 없을 미래와 아직 존재하고 있는 현재 사이의 간극은 마치 죽음과 삶 사이의 간극이기도 한 것처럼, 내 어머니의 언어는 그 시간적 간극을 돌아 지금이라는 현재로 회귀되곤 한다. 당신께서 세상에 없으실 미래를 떠올리며 소통이 불가능 할 상황을 예상하신 것으로 이제서야 추측이 된다. 삶의 무상을 일깨우며 사랑하는 후손들에게 남길 마지막 말을 미리 정돈해 두어야 함을 절감하는 마음이 저만치 앞선다. 

어머니께서 남기신 말씀 만큼의 격조 높은 말을 사랑하는 후손들에게 남기기에는 미흡한 생을 살아왔기에 나를 다시 세워가며 우리 가족만의 잠언서를 구상하기로 했다. 감사와 미안함을 표현하기에 게으르지 않으며,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자신을 과신하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며 오늘 세상과 헤어지더라도 회한 없이 죽음을 맞이 할 수 있는 마음까지 준비하려 한다. ‘사랑해’  ‘한 번 뿐인 인생을 멋지게 최선을 다해 살아가자’ ‘생의 마지막 순간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처럼 살아가자’ 지금에 충실하며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여생으로 뚜렷한 목표를 설정해두고 직진하자고 노구를 다독인다. 잠언서 같은 격언이 압축된 지혜롭고 뜻 깊은 조언으로 후손들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의 가이드 라인 추천을 유증으로 남겨야 함을 숙제처럼 풀어가려 한다. 남기고 싶은, 남겨야 할 것들에 집중, 전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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