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시인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해질 무렵)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석근(여러 모양의 별들이 섞여 빛나는 모습)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 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출처] 정지용의 “향수(鄕愁)
정지용
▦1902년 충북 옥천 출생 ▦서울 휘문고보, 일본 도시샤(同志社)대학 졸업. 유학 중이던 1926년 유학생 잡지 <학조> 통해 등단 ▦1929년 귀국해 휘문고보에서 교편. 광복 후 이화여전 교수, 경향신문 편집국장 역임 ▦1930년 박용철, 김영랑 등과 동인지 <시문학> 창간 ▦1933년 <가톨릭 청년> 편집고문일 때 이상(李箱)을, 1939년 <문장> 편집위원으로 청록파를 등단시킴 ▦1935년 첫 시집 <정지용시집> , 1945년 <백록담> 출간 ▦1950년 6ㆍ25전쟁 중 납북, 그해 9월25일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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