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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작은 모습 그대로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09-12 11: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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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정자(시인 수필가)    

 

만나는 사람마다 건강을 잘 간수하라고 당부하던 그 분 자신이 췌장암이 깊어진 것을 안 것은 6개월이란 시간만이 그분에게 주어진 안타까운 시점에서 였다. 여섯 달을 넘기지 못한 채 투병하시다가 본향으로 떠나셨다. 순수하신 분이셨다. 때 묻지 않은 어린아이 같이 세상 어지러운 일에는 관심 없는 듯 어리석어 보일 만큼 단순하셨다. 

 

그 분을 찾아 뵐 때 마다 이국 생활에 찌든 영혼 위에 아슴푸레한 평안이 스며드는 기척을 감지하곤 했다. 선한 반쪽 만나 알콩달콩 아들 딸 두고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지켜내며 묵묵히 쉬지 않고 걸어온 한국 아버지요 남편이요 가장이셨다. 

용돈 모아 며느님 위한 성탄절 선물을 준비 하셨다며 자랑삼아 내보일 때의 표정은 작은 아름다움의 발견이었다. 그 분을 동산에 남겨두고 돌아오는 길에 믿음의 형제를 잃은 허탈감을 안은 채 ‘그래 숨가쁜 세상에 남아 힘들게 사는 것 보다 안식의 동산에서 편히 쉬시는 게 더 큰 축복일 게야’ 안타까운 자위를 나누었다. 

호스피스 병실에서 날로 수척해 가는 모습을 뵙게 된 것이 이 땅에서의 마지막 만남이 되었다. 가까운 교인들과 지인들에 둘러싸여 마지막이 될 줄 모른 채 함께 예배를 드렸다. 병고를 털고 일어나시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마음들을 모아 올려드린 예배를 마지막으로 그 날 밤 조용히 세상을 떠밀어 보내고 떠나셨다. 

각자에게 주어진 시한은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가진 것 중에 영원한 것은 없다. 서두르지 않아도 함께 늙어지고 그리고 이 세상과의 이별을 맞게 된다.

하관 예식에서 꽃으로 관을 덮으며 마지막 정을 나누는 시간에 유난히 눈에 띠이게 오열 하는 분이 계셨다. 무연의 눈길로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다. 부조리한 아픔을 떠나신 분에게 던져 준 사람이었다. 쉽게 보인다고 함부로 대해도 되겠다는 이기심의 휘두름으로 오류 된 만용 앞에 그 분은 힘들어하며 가끔은 아픈 마음을 내보이기도 했지만 감내하며 살아온 모습이 마음을 저리게 한다. 

어질고 법 없이도 살아가실 분을 디딤돌로 사용하고자 했던 진부한 습성이 빚어낸 상처를 안고 살아가신 모습들이 떠올라 둔중한 아픔이 스치고 지나간다. 하관 예식 마지막 시간에 라도 삶의 연한 앞에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발견한 참회의 울음이었을까. 떠나신 분을 향한 통한하는 후회의 눈물이었을까. 지금껏 살아온 여정 속에서 생의 유한성에 대한 눈 뜨임이 시작될 즈음이면 무엇 인가 새롭듯 시도하려는 순간, 예고 없는 우리 생의 시한이 끝나는 게 인생인 것을.

떠나신 분의 따뜻한 성품을 남은 날 동안 기억하게 될 것이다. 자신이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 귀결을 받아들이기 시작하셨고, 창조주의 자녀됨을 소중한 기쁨으로 받아들이며 말씀의 비밀을 보석을 캐내는 기쁨으로 여길 무렵 한줄기 바람처럼 살아온 생의 흔적을 모두 껴안으며 주어진 시한을 끝맺음 하셨다. 

복된 생의 하직을 하신 것이다. 성실함으로 삶의 풍요와 넉넉함을 전해주는 생을 보내셨기에 남기신 삶의 향 훈이 더 고결하고 아름답게 남겨질 것이다. 그 분을 떠나 보내고 있는 우리나, 떠나신 분이나 평범한 갑남을녀로 살아온 사람들이긴 하나 숨겨진 보석 같은 반짝임을 발견하게 된다.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명망 높은 삶으로 치닫기 보다는 자신에게 알맞은 삶을 살아온 부대낌 없는 삶이었다. 결코 주위를 아프게 하거나 나대지 않는 자신만의 고유한 자유를 소유한 작은 모습 그대로, 드러나지 않는 꾸밈없는 간결한 본성을 지니셨다. 두터운 인정을 지닌 소박한 멋을 잃지 않으신 거짓없는 순수를 간직해 오셨던 삶 앞에 숙연해 진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네 가슴에 심어 두신 꽃씨가 오래도록 선명하게 피고 또 지고, 피어날 것이다.

정답게 의좋게 지내는 관계를 언제까지 이어갈 줄로만 알았는데 갑자기 시동이 멈춰버린 적막이 밀려든다. 

인생이란 쓰다 만 미완성으로 마침표 없는 문장이다. 온전한 마침표로 삶을 마무리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죽음을 두려워 말고 준비하라는 말이 새삼스러운 요즈음이다. 그 분, 집 앞을 지날 때 마다 차창을 내리고 목을 빼고 바라다 본다. 그 분이 떠나신 집이지만. 혹여 방문할 때마다 함박웃음으로 반겨 주시던 웃음소리가 들릴 것 같은 막연한 그리움의 응집이 언제 까지고 이어질 것 같다. 작은 모습 그대로 살아가기를 소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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