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삶과 생각] 우회(Detour)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9-11 14:09:10

삶과 생각,김영화,수필가,우회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어, 우회하라고?” 이 지점 부터 5번 고속도로를 막았으니 돌아가라고 네비게이터가 말한다. 오늘 목적지는 보니타 등대(The Point of Bonita Lighthouse)다. 우리 집에서 404 마일을 5번 북쪽을 향해 운전 해야 한다. 캐스테익 (CASTAIC)에서 우회했다. 해 뜨기 바로 직전의 가장 어두운 새벽이고, 짙은 안개로 바로 앞도 보이지 않는 산길이다. 큰 길이 나오길 바라면서 캄캄하고 꼬불꼬불한 자드락길을 수 없이 오르고 내렸다. 우리 차 앞 뒤로 차 한 대도 보이지 않는다.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처음 가 보는 미지의 길이다. 

두려움이 밀려오는 깊은 숲 속을 얼마나 오래 지났을까? 시간을 보니 한 시간 반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3~4시간 걸린 기분이다. 그 때, 동쪽 산위에서 불덩어리 같은 해가 작열하게 솟아올라 새까맣던 산자락을 빨갛게 물들이고 있다.  ‘와 ~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웅장한 일출에 우리의 두려움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기쁨의 환호성이 터졌다. 산 넘어오는 낮은 자락의 작은 마을은 테마극장처럼 나무에 메달아 놓은 전구들이 별처럼 반짝거리고 하늘의 별들은 적막한 깊은 산 위로 쏟아지고 있다.

사전에 우회(detour)하다는 말은 ‘곧바로 가지 않고 무언가를 피해서 돌아서 가다.’라 고 써 있다. 생각해보니 근 반세기의 나의 이민 생활에도 수 없이 많은 우회를 했다. 부푼 꿈을 안고 태평양을 건너 시카고에 도착했다. 춥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간호사 시험에 합격하였고 첫째 아들을 낳았다. 

시카고에서 공부하고 정착하려 했던 계획을 바꾸었다.   작은 승용차에 트레일러를 달고 가는 와이오밍(Wyoming)주의 눈이 쌓인 산 중턱에서 차가 뒤로 밀려 떨어지는 아슬아슬한 순간을 견디며 오래곤 주로 이사했다. 얼마나 무모한 젊은 시절이었던가! 오래곤 주에서 두 어린 아들을 데리고 남가주로 이사를 하기까지 수없이 많은 실수와 우회를 했다. 

오늘 우리가 고속도로에서 우회하여야 했던 것처럼 우리 인생길에도 예고 없이 다른 길로 돌아가야만 할 경우가 많다. 우회로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네 삶이 평소5번 고속도로처럼 막힘없이 곧 바르게 쭉 나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오늘처럼 막일 때가 있다. 

어떤 장애물이 내 앞을 막을 경우가 있고 의도적으로 중간에 계획을 바꾸어 우회 하기도 한다. 걸림돌을 넘을 수 없다면 돌아갈 길을 찾아야 한다. 계획하지도 않았던 일이 갑자기 우리 길을 막을 때는 당황하게 된다.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하므로 시간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우회하는 것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생각하기에 따라 실수를 통해서 인생을 배우게도 한다. 때로는 오늘처럼 상상도 못했던 황홀할 만큼 아름다운 일출을 보며 환호성을 지르고 기뻐할 날이 오기도 한다.  

캄캄한 터널을 지나면 밝은 빛을 볼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도 한다. 가끔씩은 반짝이는 별과 오색찬란한 전구들로 장식한 아담한 테마극장 같은 곳을 지나게 하는 우회하는 길이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도 한다.

<김영화 수필가>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차고문을 들이받았다면 자동차보험일까, 주택보험일까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차고문을 들이받았다면 자동차보험일까, 주택보험일까

집에서 일어나는 자동차 사고 가운데 의외로 자주 발생하는 것이 있다. 바로 차고(Garage)에서 일어나는 사고이다. 후진하다가 차고문을 들이받거나, 기어를 잘못 넣어 집 벽을 들

[애틀랜타 칼럼] 상대방의 마음을 열게하는  지름 길

이용희 목사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끊임없이 설득을 시도하곤 합니다.  이런 경향은 세일즈맨들에게 흔히 나타납니다. 그러나 정말로 완전하게 자신의 뜻

[행복한 아침] 마음이 담긴 말

김 정자(시인 수필가)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마음을 깊이 다친 적이 있다. 한참을 따끔하게 보답해 줄 한 마디를 찾아 헤매느라 무수한 말들이 내 마음을 휘젓고 다녔다. 사람마다

[신앙칼럼] 유혹의 안전지대: 하나님의 전신갑주(Beyond Temptation: Standing Firm in the Armor of God, 에베소서 Ephesians 6:11~18)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1. 도입: 인간이 만든 '가짜 안전지대'의 허상 (Illusion of Safety)15세기 영성가 토마스 아 켐피스는 *"유혹을 받을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22)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22)

알아두면 든든한 사회보장국 공식 유튜브 필수 영상 5선과 디지털 소통 가이드온라인 계정·은퇴연금·장애심사·SSI·사기예방까지… 영상으로 만나는 핵심 복지 길잡이 천경태 (금융전문가

[특별기고] 9월 4일, 우리는 그날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별기고] 9월 4일, 우리는 그날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미셸 강 (조지아주 하원의원 후보, District 99) 현대·LG ICE 단속 1년, 우리가 묻는 질문은 “어떤 미국을 원하는가”이다 2025년 9월 4일. 조지아 한인사회는

[추억의 아름다운 시] 뒷 산

뒷산 / 신달자 외로울 적에마음 답답할 적에뒷산에 올라가 마음을 벗는다나무마다 하나씩 마음을 걸어두고노을을 받으며 드러눕는 그림자돌아가는 것이 없는 빈 몸이다뒤산은 뒷산은 내 몸이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집 앞 나무를 자르다 생긴 사고, 주택보험이 책임질까?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집 앞 나무를 자르다 생긴 사고, 주택보험이 책임질까?

최선호 보험전문인 나무는 집의 분위기를 바꾸는 가장 훌륭한 조경 가운데 하나다.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겨울에는 삭막한 풍경에 자연의 멋을 더해 준다. 잘 가꿔진 큰

[애틀랜타 칼럼] 상대방의 위치에서 보라

이용희 목사 우리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때 처음부터 서로의 견해가 다른 주제를 꺼내서는 안 됩니다. 서로가 일치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문제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 합니다.  그

[독자기고] 건너온 음악, 삶을 보듬다

김건흡(수필가·칼럼니스트) 황혼의 길목에서 가만히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인생의 중요한 모퉁이마다 이름 없는 선율들이 나직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악보 위에 새겨진 까만 음표들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