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직격탄’
폭염 등 기상 이변
영구적 영향 가능성
저소득층 서민 고통
기후변화로 농산물 수확량이 줄어들면서 전 세계 ‘밥상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으며 이런 현상이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 보도했다.
글로벌 농업 헤지펀드인 패러 캐피털의 공동 설립자 아담 데이비스는 기후변화로 인해 올해 거래된 많은 식료품 가격이 상승했다며 “밀 17%, 팜유 23%, 설탕 9%, 돼지고기 21% 올랐다”고 말했다.
영국 비영리단체 에너지기후정보분석원(ECIU)은 지난해 영국 식품 가격의 상승분의 3분의 1은 기후변화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HSBC의 프레더릭 노이만 수석 아시아 경제분석가는 “기후변화가 세계 식량 가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식량 공급 능력에 대한 영구적인 영향을 우려했다.
한때 일시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식량 가격 상승은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유럽중앙은행(ECB)과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는 최근 연구에서 전 세계적인 식량 가격 상승률이 기온 상승으로 인해 향후 10년 내 연간 최대 3.2%포인트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렇게 되면 2035년까지 연간 전체 물가 상승률이 최대 1.18%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계산됐다.
지구 온난화가 기후 과학자들의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 농업이 가장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면서 주요 작물의 공급 부족이 우려된다.
예컨대 봄 기온이 27.8℃를 넘으면 밀 수확량이 급감하는 데 중국과 미국의 주요 밀 재배 지역에서 이보다 훨씬 높은 기온이 점점 자주 나타나고 있다.
쌀, 대두, 옥수수, 감자 등도 수확량 급감이 걱정되는 품목이다.
미 터프츠대 프리드먼 영양과학정책대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1981년에는 100년에 한 번 예상된 폭염이 이제는 미 중서부에서 6년마다, 중국 북동부에서는 16년마다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뭄, 홍수, 폭풍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꼬리를 물고 자주 나타나면서 각국 농업에 비상이 걸렸다.
2022년 파키스탄에서 홍수로 논이 황폐화했다. 지난해엔 엘니뇨(적도 해수온 상승) 현상의 영향이 커지면서 설탕과 커피, 코코아의 수확량이 줄어들었다.
농작물 수확량 감소에 따른 식량 가격 상승 영향은 가계 지출에서 식품 구매 비중이 큰 가난한 나라일수록 더 많이 받게 된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저소득층이 가격 상승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HSBC의 노이만 경제분석가는 “밀 가격은 저소득이나 중간소득 국가에서 빵 가격의 70%를 차지할 수 있지만 인건비와 에너지·운송 비용이 더 중요한 부유한 국가에서는 1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의 밀 수확이 잘못되면 세계 시장에서 밀을 살 수 있지만 가난한 나라는 그렇게 할 수 없고 많은 양의 식량을 수입할 수 있는 기반 시설도 없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