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LA 정신건강 보고서
한인 성인 19%로 높아
캘리포니아 한인 5명 중 1명 정도가 자살 시도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는 유력 기관의 보고서가 나와 위험 수위에 다다른 한인 이민자들의 정신건강 위기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UCLA 보건정책연구소와 아시아태평양계 자료 전문 기관 ‘AAPI 데이터’는 캘리포니아 아시아태평양계 정신건강에 대해 조명한 ‘아시아태평양계 정신건강 퍼즐 맞추기’라는 제목의 조사 보고서를 최근 공동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인종별로 한인 성인 19%가 자살 시도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는 캘리포니아 전체 성인 평균인 17%보다 높았다. 또한 한인 성인 18%가 상담, 치료 등 정신건강과 관련 외부 지원이 필요한 상태로 나타났으며, 한인 청소년(12세~17세)은 이러한 비율이 29%로 더욱 높았다.
보고서는 한인사회 정신건강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언어적 장벽과 문화적 장벽에 대해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영어로 자신의 상태를 충분히 설명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한인들이 많고, 일반적인 미국 정신과 의사 및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한인사회에서 정신건강 문제가 갖는 문화적 뉘앙스 및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캘리포니아 한인 인구의 44%가 ‘제한된 영어 실력(Limited English Proficienty·LEP)’을 가진 인구로 분류된다고 전했다. 또 문화적으로 한인사회에서는 정신건강 문제가 인간성에 문제가 있는 일종의 ‘낙인’으로 인식되거나, 양육과정 등 잘못된 가족사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잘못된 사회적 믿음으로 개인과 그 가족들에게 수치심과 불명예를 가져다 주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자신이 정신건강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밝히는 것과 상담 기관을 찾는 것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심리적 장애와 신체 증상을 연결시킨 ‘화병’이라는 용어 역시 일반 미국 정신과 의사 및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한인사회 정신건강 문제 개선을 위해서는 이중언어를 구사하는 정신건강 전문가, 언어 지원 서비스 및 번역된 한국어 자료를 더 늘리고, 문화적 요소에 대한 전문가들의 교육을 확대하며, 한인 단체 및 종교기관과 협력해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을 높여 더 많은 한인들이 전문적인 초기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외에도 한인 성인의 35%가 정신 건강 전문 치료를 받는데 언어 및 문화적 요소 외에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이유로는 방법을 잘 몰라(15%), 금전적 문제(14%), 보험 문제(9%) 등이 주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들어 LA 카운티에서만 벌써 최소 6명의 한인이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확인됐다. LA 카운티 검시국 자료에서 한인 이름을 추린 결과 가장 최근 한인 자살 사건은 지난 5일 저녁 33세 남성 최모 씨로 확인됐다. 직접 사인은 질식으로 일단 보고됐지만 부검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지난 2월29일에는 LA 한인타운 7가와 옥스포드 애비뉴 인근 아파트에서 58세 한인이 85세 노모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는데 생활고를 비관한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됐다.
검시국에 따르면 또 같은날 45세 여성 이모씨도 자택에서 목매달아 숨진채 발견됐고, 이에 앞서 지난 2월 12일에는 54세 김모씨가 사업장에서 자신의 머리에 총을 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월4일에는 49세 김모씨가 몬로비아의 한 철로에 뛰어들었고, 1월13일에는 39세 박모씨가 자택에서 목을 매달아 자살한 것으로 각각 나타났다.
한편, LA 카운티 정신건강국 핫라인(800-854-7771, 한국어 6번), 코리아타운 정신건강센터(213-948-2980), 한인가정상담소(213-389-6755), 이웃케어클리닉(213-235-1210), 한인타운청소년회관(213-365-7400), 전국 자살방지 및 정신건강 핫라인(988) 등으로 연락하면 정신건강 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