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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통령들이 즐겨 찾던 '이 식당', 푸짐한 스웨덴 술상에서 시작됐다

미국뉴스 | 라이프·푸드 | 2024-01-19 18:30:25

뷔페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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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페의 역사

나의 첫 뷔페 경험은 1987년,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이렇게 많은 음식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니. 순수하게 규모만으로도 초등학생을 압도했던 뷔페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의외로 버터였다. 녹는 것을 막기 위해 한 입 거리로 잘라 찬물에 띄워 놓은 형국이 마냥 신기했다.‘포션’, 즉 1인용 버터가 등장하기 이전의 일이었다. 30여 년 뒤인 오늘날, 뷔페는 식사의 양극단에 걸쳐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한쪽 끝은 고급 호텔의 식당이다. 지난 연말 성인 기준으로 이용액이 1인당 20만 원을 넘긴 곳들이 등장해 뉴스거리였다. 반대쪽 끝에는 서민 음식점으로서의 뷔페가 있다. 접객 인력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마저 장점으로 활용되는‘한식 뷔페’가 있고,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누리는 마라탕 전문점도 뷔페의 형식을 빌린다.

미국의 뷔페 문화는 1970년대 샐러드 바를 거쳐 1980년대에 황금시대를 누렸다. <Shutterstock>
미국의 뷔페 문화는 1970년대 샐러드 바를 거쳐 1980년대에 황금시대를 누렸다. <Shutterstock>

 

 

 

■스뫼르고스보르드의 탄생… 뷔페의 기원

뷔페의 기원으로 일각에서는 양식의 종주국인 프랑스를 꼽는데, 진짜 원조는 스웨덴이다. 뜯어보면 스칸디나비아 기원설도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역사가 8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판자에 음식을 올려놓고 양껏 먹었던 바이킹의 식사 형식에서 비롯됐다는 설이다. 그 영향으로 일본에서는 뷔페 음식점을 ‘바이킹'이라 일컫는다.

다른 하나는 좀 더 문명적이다. 유럽에서는 부를 과시하고자 음식과 술을 잔뜩 늘어놓고 먹는 풍습이 있었는데, 16세기 스웨덴에서 틀을 잡았다는 설이다. 스웨덴을 방문하는 손님들은 브란빈(오늘날의 슈냅스·리큐어의 일종)과 음식이 차려진 식탁에서 대접을 받았는데, 이를 ‘브란빈이 차려진 식탁'이라는 의미의 브란빈스보르드(brnnvinsbord)라 불렀다.

치즈와 빵, 훈제 생선, 가공육 등 소위 ‘핑거 푸드'가 주메뉴였던 브란빈스보르드의 핵심은 명칭이 말해주듯 술인 브란빈이었다. 말하자면 온갖 안주가 딸려 나오는 술상이었던 셈이다. 18세기에 변화가 찾아온다. 본격적인 식사 전에 목을 축이고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준비되는 브란빈스보르드의 형식을 아예 식사 자체로 전용하는 것이었다.

바로 스뫼르고스보르드(smrgsbord)의 탄생이었는데, 특징이라면 주로 외국에서 찾아오는 손님을 위한 식사 형식이라는 점이었다. 유럽 대륙 북쪽 멀리 떨어져 있어 만만치 않은 여정을 거쳐야만 하는 스웨덴을 찾아오는 손님들을 극진히 대접하자는 의도였다. 그렇게 스뫼르고스보르드는 스웨덴만의 독자적인 식사 형식으로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하게 된다.

그런 가운데 프랑스에서도 비슷한 형식의 식사 형식을 정립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난다. 역시 18세기로, 음식을 최대한 많이 늘어놓고 서서 최대한 많이 먹으려는 시도를 했다. 그와 함께 음식을 차린 사이드 테이블을 의미하는 중세 프랑스어 ‘뷔페(bufet)'가 식사 형식을 가리키는 단어로 정착하면서 오늘날 ‘뷔페(buffet)'의 어원이 됐다.

■1980년대 황금시대… 미국에서 만개

이러한 뷔페는 미국에 유입되면서 현대적 풍모로 본격 탈바꿈하게 된다. 미국에서 뷔페와 같은 식사 형식은 1873년까지 기록이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가 아는 뷔페와는 달리 접객원이 음식을 손님에게 일일이 나르는 방식이었다. 그러다가 1912년 결정적 계기가 찾아온다. 스웨덴이 스톡홀름에서 제5회 하계 올림픽을 개최한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올림픽이라면 가장 큰 국제 친선 행사이므로 세계 각국의 인파가 스톡홀름으로 몰렸으니, 레스토랑에서는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먹이기 위해 그들이 알고 있는 전통적 방식인 스뫼르고스보르드에 의존해 음식을 낸다. 덕분에 올림픽이라는 극적인 행사와 더불어 스뫼르고스보르드가 방문객들에게 일차적으로 각인된다.

27년 뒤 미국에 본격적으로 스뫼르고스보르드가 소개된다. 1939년 세계박람회(엑스포)가 뉴욕에서 열렸는데 스웨덴은 ‘세 왕관 레스토랑(Three Crown Restaurant)'을 설립해 회전하는 스뫼르고스보르드를 선보인다. 1939년 엑스포가 워낙 성공적인 행사였기에 스웨덴의 이런 시도가 미국식 뷔페의 초석으로 입지를 굳힌다.

애초에 풍성함이 특색인 스뫼르고스보르드가 미국으로 건너갔으니 규모의 폭발이 일어나는 건 그야말로 시간문제였다. 더군다나 미국은 그런 대폭발이 일어날 수 있는 인위적 환경마저 완벽하게 갖췄다. 바로 ‘죄악의 도시(Sin City)'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도박의 메카 라스베가스였다. 1946년의 어느 날 밤 라스베가스 최초의 카지노 리조트 가운데 하나였던 ‘엘 랜초 베이거스'의 홍보 담당자 허브 맥도널드는 허기를 다스릴 수가 없었다.

맥도널드는 리조트의 레스토랑 한곳에 치즈와 가공육 등의 ‘콜드컷(데우지 않고 바로 얇게 썰어 먹는 것)'을 식탁에 늘어놓고 자신만의 스뫼르고스보르드를 즐기고 있었는데, 이를 본 관광객들이 자신들도 함께 먹고 싶다고 요청했다. 새로운 식사 형식의 잠재력을 알아차린 맥도널드는 카지노의 빈 공간에 뷔페 테이블을 차려 놓았다. 도박을 즐기는 관광객들이 흐름을 끊지 않고도 시장기를 달랠 수 있도록 여건을 갖춰 준 것이다.

엘 랜초 베이거스는 맥도널드의 아이디어를 전격 수용해 뷔페 레스토랑 ‘버커루'를 개업했다. 24시간 내내 문을 여는 ‘무제한 특선(All You Can Eat)' 뷔페의 기원이었다. 버커루 뷔페의 입장료는 고작 1달러(2024년 기준 16.24달러·약 2만1,200원)였으니 손님이 많이 몰릴수록 적자의 폭도 커질 수밖에 없었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뷔페 덕분에 관광객들이 카지노를 떠나지 않게 됐으므로 궁극적으로는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뷔페 문화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시즐러'가 1970년대 샐러드 바를 거쳐 뷔페로 변신하는 등 1980년대에 황금시대를 누린다. 서민적 분위기와 부담 없는 가격대에 최대한 많은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프랜차이즈 뷔페가 인기를 누렸지만 2000년대 말로 접어들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 ‘의료진 구내식당’ 한국 뷔페의 역사

한국 최초의 뷔페식당은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내 스칸디나비안 클럽이었다. 1958년 문을 연 스칸디나비안 클럽은 600.89m²(약 181평) 넓이에 200석 규모로, 6·25전쟁 당시 의료 지원을 해준 스칸디나비안 3국(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 의료진의 구내식당이었다. 이 전통을 지켜 훈제 연어, 소금·식초에 절인 청어, 조개 수프 등을 냈고 전직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즐겨 찾는 명소였다.

1990년대에 뷔페 식당이 점차 늘어나면서 심해진 경쟁 탓에 스칸디나비안 클럽의 손님이 줄어들었다. 2003년에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의심 환자가 바로 옆 국립중앙의료원에 입원했는데 이곳의 사진이 보도되면서 예약이 무더기로 취소되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결국 사정이 나빠져 마지막 3년 동안 임대료도 제대로 지불하지 못하면서 2012년 5월 31일을 마지막으로 폐업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뷔페 재개장 의지를 보였지만 10년이 훨씬 더 지난 지금까지도 소식이 없다. 그렇게 스칸디나비안 클럽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뷔페의 영예는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의 ‘아리아'로 넘어갔다. 신라호텔(1979년 개관)도 없었던 시절, 또한 1980년 문을 연 워커힐 뷔페보다도 10년을 앞서간 아리아는 ‘갤럭시'와 ‘카페로얄'을 거쳐 2008년 오늘날의 상호로 개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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