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4
9일 개막 막바지 준비 한창
IT-전기차 전시관 구분 없애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4’ 개막을 앞둔 6일 미국 라스베가스컨벤션센터(LVCC). 주말인 토요일인데도 LVCC 내부는 막 오른 인공지능(AI) 시대 승기를 잡기 위한 기업들의 전시 준비로 분주했다.
전시관 곳곳은 아직 설치하지 못한 제품이 박스째로 쌓여 있는가 하면 이를 나르기 위한 지게차가 좁은 복도를 쉴 새 없이 오갔다. 안전모를 쓴 작업자들이 기업 부스 설치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각 기업 관계자들은 준비한 영상과 제품이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데 몰두했다. 밥 먹을 시간도 아까운지 각 기업 전시관 곳곳에는 도시락, 햄버거와 피자 등 배달 음식으로 식사를 대신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참가한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AI였다. 프랑스 파리에서 온 앙리 자코브 발레오 엔지니어는 “우리는 이미 AI 시대에 살고 있다”며 “올해 CES는 AI 시대에 살아남을 기업과 도태될 기업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프랑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주말 근무와 야근까지 해가면서 우리의 AI 기술을 돋보이게 할 최고의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을 향한 중국의 팽팽한 신경전도 체감됐다. 중국 업체 직원은 앞선 AI 기술을 발판 삼아 한국 기업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뜻도 은연중에 암시했다. 글로벌 IT 대기업이 밀집한 센트럴홀에는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림막을 설치한 채 전시 준비에 한창이었다.
바로 근처에 있는 중국 대표 가전기업인 TCL과 하이센스는 가림막 없이 최신 기술인 퀀텀닷(QD) 미니(Mini) LED TV 등으로 전시관을 꾸며나갔다. 왕위쉬안 TCL 마케팅 담당 직원은 “TV·모니터 등 기존 산업에서는 중국이 따라가는 입장이었지만 AI는 중국이 앞서 있는 분야”라며 “AI 기술을 접목한 신제품도 소개할 예정으로 9일 전시관을 방문하면 깜짝 놀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IT 제품과 전기차의 구분이 사라지는 등 산업 간 경계가 급격히 무너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가속화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기존에 IT 기업만이 가득했던 센트럴홀에 소니·혼다의 모빌리티 합작 브랜드 ‘아필라(AFEELA)’가 가림막을 친 채 전시를 준비하고 있었고 독일 자동차 부품 업체인 보쉬는 인포테이먼트와 운전자 지원 기능을 합친 시스템온칩(SOC)을 시연하기 위해 자동차 내부 모형 등을 전시해놓았다.
IT 제품과 전기차의 경계가 급속도로 무너지는 장면은 LVCC 웨스트홀에서도 목격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LVCC 웨스트홀은 완성차·부품·기계 업체가 대거 등장해 전동화·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소개하는 장이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스(AP·두뇌칩) 업체인 퀄컴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웨스트홀에 부스를 내고 미래 모빌리티에 적용될 온디바이스 AI 칩 등 관련 솔루션을 소개하는 부스를 꾸미는 데 한창이었다. 온라인상거래·클라우드 사업을 영위하는 아마존은 모빌리티 사업 부문인 아마존오토모티브가 참석해 클라우드 컴퓨팅, AI 기술 등을 활용한 커넥티드카 솔루션을 선보일 전시관을 꾸미느라 여념이 없었다.
LVCC 노스홀에는 AI·로보틱스, 디지털헬스, 스마트시티, 사물인터넷(IoT), 비히클테크·어드밴스드모빌리티 관련 기술을 주로 다루는 기업이 밀집해 있다. 일본 완성차 업체인 혼다는 웨스트홀이 아닌 이곳에 대규모 전시관을 차리고 세계 최초로 전기차 라인업을 선보일 예정으로 가림막으로 정보 유출을 막는 모습이었다. LVCC 앞에 위치한 야외 특별 전시관 센트럴 플라자도 전시 준비로 한창이었다. 구글은 로봇 모양의 안드로이드 아이콘 ‘벡터’ 모형을 전시관 앞에 세워둔 채 전시 공간을 꾸미는 데 한창이었다. 월마트, 기아, BMW 등 글로벌 기업도 대형 스크린 등을 설치하며 앞선 기술력을 소개하기 위한 준비로 분주해보였다.
CES에 참가한 기업이 명운을 걸고 전시를 준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올 CES는 챗GPT로 촉발된 생성형 AI가 우리 일상 속 기술로 어떻게 구현되는지 엿볼 수 있는 첫 행사다. 코로나 19 이후 미국에서 열리는 오프라인 비즈니스 행사 중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올해 CES 전시 공간은 20만 ㎡로 여의도 면적(2만9,000㎡)의 6.9배다. CTA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5일 기준으로 CES 참가 기업은 4124개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참가 업체 중 최대 규모인 3,368㎡ 부스에 전시관을 마련한다. 주최 측은 약 13만 명이 참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라스베가스=서종갑 기자·김기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