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 알링턴 주택 폭발사건서 숨진 용의자 제임스 유
70년대 워싱턴서 민주화 운동…모친은 VOA 근무 애나 신씨
버지니아 알링턴 카운티에서 지난 4일 발생한 주택 폭발사건의 용의자가 한인 제임스 유(56) 씨로 알려지면서 한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택에서 경찰과 대치하다 폭발 화재로 사망한 끔찍한 사건인 만큼 그 충격이 적지 않다.
워싱턴포스트는 법원 기록을 통해 유 씨가 자신의 아버지는 한국 대통령 후보의 자문이었으며 어머니는 미 언론인으로 활동했다고 언급했던 사실을 보도했다. 이에 대해 1970년대 한민신보를 발행했던 정기용 씨는 당시 워싱턴에서 민주화 운동을 함께 했던 동료 유기홍 박사가 제임스 유의 아버지라고 확인해주었다.
유 박사는 보성고와 서울대를 졸업하고 아메리칸대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았으며 알렉산드리아에서 인쇄소를 운영하기도 했다. 유학생 시절 해외인재 영입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했던 유진산 신민당 부총재의 눈에 띄어 정계진출을 제안받기도 했지만 그는 워싱턴에서 망명생활을 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 쪽에 남아 국회의원이 될 기회를 놓쳤다는 후일담도 전해지고 있다.
정기용 씨는 “제임스가 자신의 아버지를 한국 대통령 후보의 자문으로 기억하는 것은 착오가 있는 것 같다”며 “그의 어머니는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일했던 애나 신 씨가 맞다”고 말했다. 유박사 부부는 함께 VOA에서 일했었다. 그는 또 “친구의 아들 소식을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접하게 돼 안타깝다”며 “어려서 부모를 잃고 외할머니와 함께 자라면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알링턴 카운티 경찰 발표에 따르면 제임스 유 씨는 1992년 어머니가 죽고 50만 달러가 넘는 병원비를 감당해야 했으며 2003년 직장에서도 해고됐다. 2021년 이혼 판결을 받고 맥클린 소재 주택을 100만 달러에 매각한 기록이 있으며 이후 알링턴 자택에서 혼자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웃과 전혀 교류가 없었던 유 씨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 부인과 여동생, 전 직장동료, 이웃주민들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으며 2015년에는 부인과 여동생이 자신의 동의 없이 강제로 병원에 끌고 갔다며 이들과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었다.
이웃 주민은 “아무도 그와 마주치거나 말을 해본 적이 없을 것”이라며 “그는 스파이영화 ‘미스터&미세스 스미스’를 현실과 혼동해 옆집 사람이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고 불안해하면서 도청 방지를 위해 창문을 알루미늄 포일로 가리고 은둔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한편 사건 당일 위험을 감지한 경찰이 개스 공급을 끊었지만 한순간에 주택을 날려버릴 만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난 것에 대해서 의혹이 남아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재원인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지만 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없다.
<유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