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중개기관 의존 높아져
전체 예금 대비 비율 상승
높은 이자 찾아 이동 잦아
“유동성 위험 초래할 수도”
전국 중소형 은행들이 예금 모집을 제3의 중개 기관에 의존하는 경우가 늘면서 금융 시스템의 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월스트릿저널(WSJ)이 12일 보도했다.
‘브로커 예금’ 또는 ‘중개 예금’이란 예금 중개 업체 등 제3자를 통해 자금을 모집한 예금을 말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소매 영업망을 통해 일일이 예금을 모집하지 않아도 손쉽게 거액의 예금을 유치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 때문에 대규모 영업망을 갖춘 대형 은행보다는 영업망이 적은 지방 중소형 은행이 자금을 모을 때 주로 의존한다. 자금을 쉽게 모을 수 있지만 은행 입장에서 이는 ‘양날의 검’이 되기도 한다고 WSJ은 지적했다.
브로커 예금은 일반적으로 금리가 높은 데다 중개 업체 수수료까지 들어가기 때문에 자금조달 비용이 일반 예금 대비 높은 편이다. 은행 수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돈을 맡긴 고객들이 ‘충성 고객’이 아닌 만큼 위기 때 돈이 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도 유동성 위험을 키우는 요인이다. 대규모 자금이 쉽게 들어왔다가 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핫머니’ 성격을 가지는 것이다. 실제로 은행권이 브로커 예금을 ‘철세 예금’이라고 지칭하는 것처럼 경쟁 은행이 이자만 조금 높게 줘도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현재 한인 은행들도 브로커 예금이 상당한 규모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표 참조>
남가주 6개 한인 은행들은 전체 예금에서 브로커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게는 17%에 달했다. 오픈뱅크가 17.30%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뱅크오브호프 14.45%, CBB 뱅크 7.71% 순으로 높았다. 반면 US 메트로 은행은 4.04%, 한미은행은 1.31%에 불과했다.
WSJ에 따르면 주류 중소형 은행 중에서는 유타주 중형은행 시온 뱅콥의 브로커 예금 잔액이 85억달러로 전체 예금에서 11% 비중을 차지했다. 애리조나주 지방은행 웨스턴 얼라이언스도 1년 새 브로커 예금 유입액이 늘면서 전체 예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어섰다.
감독국은 은행들의 브로커 예금비율이 20%를 넘을 경우 감독 수위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런 위험성을 반영해 브로커 예금 의존도가 높은 어소시에이티드 뱅콥과 밸리내셔널뱅콥의 신용등급을 지난달 한 단계씩 강등했다. 신용평가사 피치도 지난달 은행 신용평가 보고서에서 브로커 예금을 두고 ‘저등급’ 자산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초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파산으로 미국 은행 부문에 대한 신뢰 위기가 촉발된 가운데 브로커 예금이 은행 예금의 취약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관계 당국도 브로커 예금 의존도 증가의 위험성을 주시하고 있다.
마틴 그룬버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의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브로커 예금은 유동성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어떤 형태로든 집중이 일어난다면 감독 당국의 시선을 끌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