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인플레 불씨 순식간에 다시 타오를 수도"
한동안 들썩였던 미국의 물가가 최근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휘발유 가격 등이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로 떠올랐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30일 보도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했다.
앞서 6월 소비자물가도 전년 동월 대비 3.0% 오르는 등 이와 비슷하게 집계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6월 9.1%로 정점을 찍은 후 꾸준히 하락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제시한 목표치 2%를 향해 순항하는 분위기다.
NYT도 31일 발표될 7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에너지·식료품 제외)에 대해 4.2∼4.3%로 전망했다.
6월 수치 4.1%보다는 다소 높지만 작년 중반 5.4%보다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NYT는 주택 임대료 인상 둔화, 중국의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연준의 고금리 정책 등이 당분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휘발유·중고차 가격과 의료비 등이 인플레이션 둔화 전망에 '복병'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선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은 정유공장 폐쇄와 세계적인 생산량 감축 등으로 인해 한 달 전 갤런(3.78L)당 3.7달러에서 3.8달러 이상으로 뛰었다.
미국 내 평균 휘발유 소매가는 지난해 1갤런당 5달러 선을 돌파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뒤 꾸준하게 하락해왔다.
일반적으로 휘발유 가격은 정책 입안자들이 좌우할 여지가 별로 없는 지표라는 이유로 연준 관리들에 의해 무시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휘발유 가격은 가계 소비에 매우 중요하고 이 가격이 오를 경우 인플레이션 전망치도 증가하는 경향이 있기에 간과할 수 없는 지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 유가는 항공료, 여행 등 다른 연관 분야에 대한 파급 효과도 큰 지표다.
중고차 가격도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불확실한 요인으로 꼽힌다.
그간 중고차 가격은 비교적 저렴한 편이었으나 최근 다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컨설팅 회사 인플레이션 인사이트의 창업자인 오마이르 샤리프는 "딜러가 예상한 것보다 수요가 훨씬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전미자동차노조의 파업 가능성도 자동차 재고와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병원들이 급증한 인건비와 서비스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의료비도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 소재 TD 증권의 금리 전략가 제너디 골드버그는 "인플레이션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것은 마치 불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지막 불씨까지 제거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다시 타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