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방지·직원 안정 목적 “수십년 관행 파기 혁신”
“밀린 세금 때문에 나왔습니다.” 앞으로 이 같은 연방 국세청(IRS) 직원의 말을 듣지 않아도 된다. IRS가 미납 세금 환수를 위해 납세자의 집이나 직장을 직접 방문하는 일을 중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IRS 직원을 사칭해 기승을 부리는 사기 방지는 물론 납세자와 IRS 직원의 안전 확보를 위한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24일 IRS는 웹사이트를 통해 IRS 직원 사칭 사기로 납세자가 혼란을 겪는 상황을 개선하고 납세자와 IRS 직원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세금 미납자의 가정과 직장을 예고 없이 직접 방문하는 관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2,000여명의 직원을 동원해 세금을 연체해 미납한 납세자나 세금보고를 하지 않은 납세자를 대상으로 예고 없이 직접 거주지, 또는 근무하고 있는 직장이나 사업체를 방문해 세금 환수 작업을 해온 IRS의 이 같은 조치는 십 수년 동안 관행을 뒤집는 것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대니 워펠 연방 국세청장은 “오랜 관행을 바꿈으로써 세무 행정에 대한 자신감을 끌어 올리고 납세자와 IRS 내부 직원들의 전반적인 안전을 개선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IRS에 따르면 세금 미납자에 대한 직접 방문 조치는 우편 예약을 통한 대면 방식으로 대체된다. IRS는 불시 직접 방문 대신에 예약 안내 공문인 725-B를 발송하고 대면 면담의 일시와 장소를 결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필요한 세금 관련 서류와 정보도 함께 제공해서 불필요한 재면담을 줄여 시간과 경비를 경감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렇다고 세금 미납자에 대한 불시 직접 방문 방식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워펠 연방 국세청장은 “예고 없는 불시 방문은 몇 가지 특수한 상황에만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10만달러 이상 체납하고 있는 납세자들은 여전히 예고 없는 불시 방문 대상이라는 게 IRS의 입장이다. 하지만 이때에도 출두 및 소환장이 사전 발부될 예정이다. 출두나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경우 IRS는 체납 세금 환수를 위해 자산 압류 조치에 들어갈 수 있어 예전에 비해 IRS의 사전 통보에 각별한 관심이 더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탈세를 비롯한 세금 관련 범죄를 수사하는 IRS의 범죄조사단은 이번 불시 방문 중단 조치와 무관하게 범죄 현장을 불시에 방문하거나 수색하는 고유 업무를 그대로 유지한다.
IRS가 불시 직접 방문에 의한 세금 환수 작업을 중단하게 된 배경에는 사기 범죄 기승과 안전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세금 미납 납세자를 상대로 IRS 직원을 사칭해 사기를 치는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IRS 직원들이 납세자를 직접 방문하는 것이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여기에 IRS 직원 안전도 고려 대상이 됐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통과로 800억달러 규모의 개혁 예산을 확보한IRS가 8만7,000명의 신규 직원 채용을 해 세금 탈루 조사를 강화할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소상공인과 중산층 납세자를 중심으로 IRS에 대한 반감 기류가 형성된 상태다. 세금 미납 납세자를 직접 방문하는 IRS 직원들의 안전이 크게 위협 받을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것이다. IRS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이번 직접 방문 중단 조치를 환영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이유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