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원 농심 회장, 취임 2주년 경영목표
“오는 2030년까지 미국 시장에서 매출을 지금의 3배 더 키워 라면 시장 1위 기업에 오르겠다.” 한국 라면 선두업체인 농심의 신동원 회장이 취임 2주년을 맞아 내세운 경영 목표다. 신 회장은 글로벌 식품 기업들의 각축장인 미국 라면 시장에서 ‘라면의 원조’인 일본 업체를 밀어내고 1위에 올라 K-라면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리겠다는 공격적인 포부를 내세우면서 미국 시장에 올인하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인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오는 2025년 미국 내 제3공장을 착공해 라면 생산량 증대와 함께 매출을 늘려 현재 일본 업체와 2배 가까운 시장점유율 차이를 줄여 역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취임 이후 미국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신 회장이 미국 시장 올인에 나서면서 향후 미국 내에서 농심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8일 한국 농심에 따르면 취임 2주년을 맞은 신 회장은 최근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향후 미국 라면 시장 공략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신 회장은 이메일에서 “2030년까지 미국 시장에서 연 매출을 3배로 끌어 올리고 라면 시장 1위에 오를 것”이라 말하고 “K푸드 열풍의 선봉장이라는 수식어에 만족하지 말고 전 세계인이 신라면을 즐겨 먹는 그날까지 전진하자”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미국 라면 시장 1위 등극을 위해 2025년 제3공장을 착공해 시장 공략에 한층 속도를 낼 방침이다. 제3공장 후보지로 미 동부 지역이 유력한 검토 대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통해 2030년 매출을 올해보다 3배 커진 15억달러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가 집계한 농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21년 기준 25.2%로 일본 라면 업체 도요스이산의 47.7%에 이어 2위다. 앞서 2017년 농심은 일본의 원조 라면 업체인 닛신(17.6%)을 제쳤다. 신 회장의 목표는 7년 내 미국 시장에서 도요스이산을 꺾고 글로벌 라면 업체로 부상하겠다는 것이다.
신 회장의 미국 라면 시장 1위 등극을 목표로 삼은 데는 미국 시장에 대한 열정과 실적 상승에 힘입은 바 크다. 농심은 1984년 샌프란시스코 사무소 설립으로 미국에 처음 진출했고 2005년 LA 공장을 가동하며 미국 서부와 한인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망을 넓혔다.
농심은 미국 시장에서 일본의 저가 라면과 차별화를 위해 프리미엄 라면으로 포지셔닝했고, 이는 2017년 한국 식품 최초로 월마트 전 매장에 입점하는 쾌거로 이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농심에겐 기회가 됐다. 가정간편식 수요와 함께 미국 내 라면 수요가 폭증한 데다 2020년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에 농심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만든 ‘짜파구리’가 등장하면서 농심 라면이 큰 주목을 끌었다.
특히 뉴욕타임스(NYT)가 신라면블랙을 세계 최고 라면으로 선정하는 등 호평을 받자 농심 브랜드의 가치는 상승했다.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제2공장이 지난해 4월 완공돼 라면 생산 능력은 70% 향상되면서 미국 시장에서 매출 증가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농심 미국 법인(농심 아메리카)은 지난해 4억9,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상승세는 올해에도 지속돼 1분기 매출은 1억2,335만달러로 전년 대비 40.1% 성장했고 영업이익도 1,348만달러로 무려 604.1%라는 성과를 거뒀다. 해당 분기 농심 영업이익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미국 법인 증가분이 차지할 정도다. 그 결과 해외 매출 비중도 2020년 37%에서 지난해 44%로 7%포인트 증가했다.
후속 작업을 위한 농심 아메리카의 발걸음도 분주해지고 있다. ‘매출 15억달러 시장 1위’를 위한 중장기 사업 계획 수립과 제3공장 건설 추진 등 당면 과제들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본사에서 파견되는 전담 인력과 함께 태스크포스(TF)가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농심 아메리카 관계자는 “사업 추진을 위한 TF팀이 한국 본사에서 조만간 파견될 예정”이라며 “제2공장에 사발면 전용 라인의 추가 증설이 끝나는 올 연말부터 제3공장 건설을 위한 구체적인 사업들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