릭트 CEO 공화당 비판 줄이고 트럼프 해명 생중계 등 보수화
‘시청률이 떨어졌다. 이익은 줄었다. 간판스타가 밀려났다.’
5일 ‘뉴스의 제국’ 미국 CNN방송이 처한 현실을 뉴욕타임스(NYT)는 이렇게 짚었다. 흔들리는 제국의 단면은 방송사 영향력의 바로미터인 시청률에서부터 드러난다. 워싱턴포스트(WP)는 CNN의 지난달 황금시간대 시청률이 전달 대비 16%나 떨어졌다고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을 인용해 보도했다.
가장 큰 이유는 시청자들의 성향을 고려하지 않은 논조 변화 때문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진단했다. CNN의 주요 시청자들은 민주당 지지층이다. 지난해 4월 취임한 크리스 릭트 최고경영자(CEO)는 “편향 보도를 줄여 시청자 풀을 확대하겠다”며 공화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 보도를 줄였다. 결과는 실패였다. 올해 1분기 시청률은 CNN이 트럼프 정권과 각을 세웠던 2020년보다 30% 이상 감소했다. WP는 “역사적인 시청률 하락”이라고 했다.
수익도 급감했다. CNN은 지난해 7억5,000만 달러(약 9,802억 원)의 이익을 냈다. 릭트 CEO가 취임하기 전엔 연평균 이익이 수년간 10억 달러였다. 2021년엔 12억5,000만 달러를 찍었다. 그는 5일 사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시사잡지 디애틀랜틱이 2일 릭트 CEO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내보낸 ‘CNN 내부의 멜트다운(원자로의 노심이 녹은 것·치명적 붕괴)’이라는 보도는 CNN을 발칵 뒤집었다.
CNN이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타운홀 미팅’을 독점 생중계한 것은 릭트 CEO의 가장 큰 실책으로 꼽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방송에서 자신의 성폭력 의혹 등에 대한 변론을 일방적으로 쏟아냈다. CNN은 팩트 체크를 하지 않았고, “시청률을 위해 거짓말을 생중계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릭트 CEO는 타운홀 미팅 시청자가 310만 명으로 평소(약 71만 명)보다 4배 이상 많았다고 주장하면서 “내 결정이 옳았다”고 디애틀랜틱에 강변했다. 그러나 타운홀 미팅 생중계 이틀 만에 시청자는 약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