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0개 전국 상업은행 중 84위로 도약
한인 은행들이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집계하는 전국 은행 자산 순위서 1분기에 뚜렷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특히 한인 은행 최초로 자산 200억 달러를 돌파한 뱅크오브호프(행장 케빈 김)는 미국 전체 은행들 가운데 자산 순위 84위까지 뛰어오르는 도약을 보였다.
이는 올들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주류사회 중소형 은행들 중 부진한 곳이 많았지만 한인 은행들은 안정적인 경영 성과를 이어간 결과로 분석된다.
25일 연준(FRB)에 따르면 뱅크오브호프는 FRB가 지난 1분기 통합 자산을 기준으로 집계한 전국 상업 은행 순위에서 총 자산 205억6,400만 달러로 전체 84위를 차지했다. 이는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91위·191억5,900만달러) 대비 일곱 계단이나 상승한 것이다.
뱅크오브호프는 이번 1분기에 한인 은행 사상 처음으로 자산이 200억 달러를 돌파해 205억 달러까지 성장하면서 순위가 크게 올라갔다. 뱅크오브호프는 지난 2021년 4분기에 연준 상업 은행 집계에서 100위를 기록해 탑100에 오른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이루고 있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예금보호를 받는 미국내 시중 은행이 4,300여 개에 달하는 것을 감안할 때 한인 은행인 뱅크오브호프가 탑100을 넘어 80위권에 포함된 것은 한인 은행들은 물론 미주 한인사회의 경제력 신장을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다른 남가주에 본점을 둔 한인 은행들도 전국 은행 순위에서 선전했다. 자신 순위 기준 2위 한인 은행인 한미은행(행장 바니 이)은 173위로 직전 분기(175위) 대비 두 계단 상승했다. PCB뱅크(행장 헨리 김)의 경우 390위로 399위에서 아홉 계단이나 올라갔다.
CBB뱅크(행장 제임스 홍)는 517위로 직전 분기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고, US 메트로은행(행장 김동일)은 751위에서 746위로 상승을 보였다. 오픈뱅크(행장 민 김)는 직전 분기 452위에서 439위로 올라갔다. 타주에 기반한 한인 은행들 중에서는 조지아주의 메트로시티 은행이 34억2,500만달러로 305위를 기록했고, 이밖에 우리아메리카(322위)와 신한아메리카(508위) 등의 순이었다.
한인 은행들의 순위 상승은 SVB 파산 사태를 딛고 이룬 것이라서 더 의미가 있다. 지난 3월 초 SVB 사태가 터지면서 많은 중소형 은행 중 예금이 급감하고 자산이 위축되는 등 위기를 겪은 경우가 발생했다.
하지만 남가주 한인 은행들의 경우 6개 은행 총 자산이 1분기 356억3,27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3% 늘어나면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까지 은행 집계서 상위권을 차지했던 SVB와 시그니처 은행이 파산하면서 순위에서 사라진 것도 한인 은행들의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최상위권 은행들을 살펴보면 부동의 1위 JP모건체이스가 3조2,679억 달러로 1분기 순위에서도 역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직전 분기 대비 자산이 700억달러 가까이 늘었는데 SVB 파산으로 빠져나간 자금이 안정적이라고 평가 받는 JP모건체이스로 흘러간 영향으로 보인다. 2위인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경우에도 2조5,182억 달러로 직전 분기(2조4,185억 달러) 대비 약 1,000억 달러 자산이 증가했다.
숙제가 있다면 한인 은행들이 늘어난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올해 하반기 경기 둔화 가능성이 매우 높은 만큼 각종 대출을 중심으로 자산 포트폴리오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한인 은행 관계자는 “자산건전성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금융업계의 중론”이라며 “한인 은행들이 지난해부터 부실 가능성을 평가 및 파악하고 선제적 대책을 세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