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인플레이션에 달걀 가격 1년 새 2배 치솟아
"부활절 끝나면 달걀 가격 내려갈 것" 전망도
미국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사태 등으로 달걀 가격이 치솟으면서 부활절 행사에 쓰이는 달걀을 감자로 대체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지경이라고 미 매체 악시오스가 9일 보도했다.
기독교 최대 축일인 부활절이 되면 기독교인은 알록달록 색칠하거나 예쁘게 포장한 달걀을 주고받으며 부활의 기쁨을 나눈다.
유대 민족의 이집트 탈출을 기념하는 유대교 명절 유월절을 축하할 때도 삶은 달걀을 먹는 의식이 치러지는 등 달걀이 빠지지 않는다.
이 두 명절의 날짜는 매년 바뀌지만 3∼4월 비슷한 시기에 지켜지는 까닭에 해당 기간 미국 내 달걀 수요는 크게 늘어난다.
하지만 올해는 달걀 가격 폭등으로 소비자 부담이 커지게 됐다.
미국에서 달걀 12개 가격은 지난해 2월 평균 약 2달러(약 2천600원)에서 올해 2월 약 4.2달러(5천500원)로 1년 사이 2배 넘게 뛰었다.
조류 인플루엔자 등으로 달걀 공급이 줄어든 탓이다.
이런 상황 속에 일부 가정에서는 그 대체품으로 감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달걀에 색칠하듯 감자에 색을 입혀 '부활절 감자'를 만든다는 설명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해 초 시작된 이번 조류 인플루엔자로 지금까지 조류 5천860만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했다.
미 당국은 닭, 칠면조 등 가금류에 조류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으나 확산세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앞서 미 농무부(USDA)도 소매 업체 측이 조류 인플루엔자를 우려해 이른바 '계란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달걀 공급 상황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면서 소비자는 저렴한 계란 찾기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미국판 '천원 숍'으로 알려진 저가 상품 체인 '달러 트리'(Dollar Tree) 일부 지점은 손님이 몰리면서 1인당 달걀 구매 가능 수량을 제한했다. 그마저도 이미 재고가 소진된 곳이 많다고 한다.
다만 USDA는 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부활절 뒤에는 달걀 수요가 점차 줄어들면서 달걀 가격도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USDA는 부활절 이후에는 "소비자의 달걀 구매를 유도할 기회가 적다"면서 이 때문에 부활절이 끝나면 "(달걀 가격은) 보다 소비자 친화적인 수준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