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시작 1년
0.75%P 인상만 네 차례
채권보유 6,200억 급증
지난 16일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RB)가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지 1년이 되는 가운데, 여전히 높은 물가 속에 은행권 위기까지 불거지면서 금리정책이 기로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CNBC 방송이 전했다.
코로나19 확산 초반 경기 침체에 대응해 유동성을 풀었던 연준은 지난해 3월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처음으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일시적일 것으로 봤던 연준 예측은 빗나갔고, 지난해 5월(8.6%) 40년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올해 2월 6.0%로 떨어졌지만, 연준 목표치인 2%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그 사이 연준은 4차례 연속 0.75%포인트를 포함해 1년간 8차례에 걸쳐 금리를 4.5%포인트 인상, 금리 상단을 4.75%로 높인 상태다.
PNC 파이낸셜 서비스그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거스 파우처는 “연준은 자신들이 (금리 인상에) 늦은데다 인플레이션이 생각보다 지속적이었다는 것을 인정할 것”이라면서 “따라서 좀 더 일찍 긴축에 나섰어야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럼에도 연준이 공격적으로 긴축한 것에 비하면 경제가 여전히 매우 좋다”고 봤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에는 고금리 여파로 미국 내 중소은행을 중심으로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미 은행 순위 16위까지 올랐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은 최근 기준금리 인상 기조 속에 기업들의 예치금 인출과 보유자산 매각에 따른 손실로 경영 압박이 가중돼 결국 지난 10일 파산한데 이어 이틀 뒤 뉴욕주 시그니처 은행도 무너졌다. SVB와 시그니처 은행의 파산 규모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워싱턴 뮤추얼 은행 파산에 이어 미국 은행 역사상 각각 2위, 3위에 해당했다.
시장 불안은 스위스의 세계적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에까지 번져 스위스 중앙은행이 금융 지원에 나섰으며,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이 마르고 채권 금리가 오르면서 은행 보유자산의 평가 가치가 하락한 만큼 은행들이 유사한 상황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미국 은행들이 보유한 채권 등의 가격 하락에 따른 미실현 손실 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 약 6,200억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결국 연준을 비롯해 연방 재무부·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등 당국은 SVB 등의 모든 예금을 보호하기로 하는 등 위기 전염을 막기 위해 서둘러 대책을 발표한 상태다.
CNBC는 연준이 여전히 높은 소비자물가와 씨름하는 가운데 최근 은행권 위기까지 불거지면서 연준의 향후 정책 전개와 여파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위기 전염에 대한 우려가 조기에 진화되지 않으면 금융 안정 이슈가 물가 안정 문제를 덮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주 초까지만 해도 오는 21∼22일 FOMC 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제 0.25%포인트 인상 확률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이번 달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확률은 81.9%로 일주일 전(59.8%)보다 20%포인트 넘게 높아졌다.
반면 동결 전망은 18.1%이고 0.5%포인트 인상 전망은 자취를 감춘 상태다. JP모건의 마이클 페롤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브레이크를 밟으면 누군가는 차 앞 유리로 튀어 나간다는 속담이 있다”면서 “누가될지 모를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