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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전도사 극단선택 계기로 본 교계 실태] 교인 떠나고 헌금 줄고…렌트 내기도 벅차다

미주한인 | 사회 | 2023-03-09 09:37:20

팬데믹 거치며 생존에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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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시리즈 (상) - 팬데믹 거치며 생존에 위협

 

대면예배 중단 직격탄

사례비는 기대도 못해

경비원·택시운전 알바

사모까지 식당일 나서

 

가디나 지역 한인 교회에서 중고등부를 담당하던 전도사의 가족 살해 및 자살 사건이 한인사회와 교계에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본보 8·9일자 보도) 이번 사건은 한 가정의 비극을 넘어 교인 감소와 재정 부족 등으로 여러움을 겪고 있는 한인 교계의 상당수 목회자들, 나아가 많은 교회들이 처한 열악한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헌금이 급감하고 문을 닫은 교회들이 늘어나면서 한인 목회자들이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는 현실이다. 한인 교계에서 상당수 교회들과 목회자들이 처한 절박한 현실을 긴급진단 시리즈로 상·하 2회에 걸쳐 조명한다.

LA한인타운에서 목회를 하던 박모(52) 목사는 올해 초 한국으로 역이주했다. 개척 당시만 해도 10가정, 20명 남짓했던 교인수를 한 때 100명 가까이 늘렸지만 팬데믹으로 대면 예배가 불가능해지면서 교인 수가 도로 20명으로 줄어들어 교회 유지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교인수가 줄어드니 매주 걷히는 헌금도 2,000달러가 채 안 됐다. 목사 사례비는 고사하고 세들어 사는 건물의 렌트비와 공과금을 내기도 벅찬 상황이라 아예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 것이다. 박 목사는 “한국 교단의 주선으로 지방 도시에서 다문화 사역을 담당하게 됐지만 미국에서 못다 이룬 목회의 꿈이 아쉽기만 하다”고 허탈해했다.

오렌지카운티 지역 한 대형 한인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일하던 정모(47) 목사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독립해 개척교회를 세웠다. 정 목사는 미자립 교회를 꾸려나가기 위해 투잡, 쓰리잡도 마다하지 않는다. 주중 낮에는 한 샤핑몰의 경비원으로, 밤에는 택시 운전을 하면서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교회 사역에 집중하고 있다. 교인이 아직 30명도 채 안되는 작은 교회라 사례비 없이 자비량으로 헌신하고 있지만 가족들의 생활비와 교육비는 자신이 벌어서 충당해야 한다.

정 목사는 “무리한 탓인지 몸이 이곳저곳 아파오기 시작해 야간택시 운전은 그만뒀는데 부족한 생활비를 메꾸려 평생 일을 하지 않았던 아내가 얼마 전부터 식당 일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지난 3일 가디나에서 발생한 전도사 일가족의 비극이 생활고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팬데믹을 거치며 급격히 어려워진 일부 한인 교회와 목회자들의 실상에 대한 한인들의 안타까움도 커지고 있다.

기독교 비영리재단인 ‘재미한인기독교선교재단’(KCMUSA)이 전수조사한 ‘2021 미주 한인교회 센서스’에 따르면 미국 내 한인교회 수가 최근 2년 사이 20%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KDMUSA는 이같은 현상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21년 말 현재 미국에 총 2,798 곳의 한인교회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는데 지난 2019년의 3,456곳과 비교하면 658개(19.3%)가 감소한 수치다. 2년 동안 338개 교회가 새로 등록했고, 1,022개 교회가 문을 닫았다.

특히 캘리포니아에서 한인교회 수가 가장 많이 줄어 들었다. 2021년 말 기준으로 캘리포니아 내 한인 교회는 830곳으로 2년 전에 비해 29% 가량 감소했다.

근근히 버티고 있는 교회라고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팬데믹 이전만해도 출석교인 수가 4,000명이 넘는 대형 한인교회가 LA와 OC에 10곳이 넘었다. 하지만 팬데믹에 교회 분규 등의 복잡한 상황이 겹치면서 교인 수가 절반 이상으로 줄어든 교회가 상당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출석교인 50명 미만의 미자립 교회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열악한 사역 현실 속 생계 위협 받기도

 

미 전국적으로도 팬데믹 이후 ‘가나안’ 교인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미국 기업연구소’(AEI)가 팬데믹 전후 교회 출석 트렌드 변화를 분석한 보고서에 의하면 팬데믹 이전 교회에 전혀 출석하지 않는다는 미국인 비율은 약 25%였는데 이 비율이 지난해 봄 33%로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교인 수가 급감함에 따라 헌금도 줄고, 헌금이 줄어 드니 목회자들에게 지급하는 사례비도 크게 줄어 이들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다.

일부 대형 한인교회는 사례비 외에 여러 항목의 보조비를 합쳐 월 2만~3만달러를 담임 목사에게 지급하는 경우도 있지만 부목사와 전도사 등 부교역자들이 받는 돈은 월 3,000~4,000달러 선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이는 대형교회들의 상황이고, 미자립교회의 경우 담임목사라 하더라도 이보다 급여가 훨씬 적다.

LA 다운타운에 있는 한 개척교회는 담임목사에게 사례비 2,000달러 외에 건강보험료 1,000달러를 보조하고 있다. 이 교회에서 시무하는 최모 목사(55)는 “팬데믹 기간 동안 몇 가정이 교회를 떠나면서 헌금이 줄어들어 결국 영어예배를 없애고 전도사를 내보냈다”고 전했다. 열악한 사역 현실 속에서 적지 않은 목회자들이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생명의 전화를 운영하는 박다윗 목사는 “목회자들의 특성상 자신들의 문제를 다른 사람들에게 털어 놓지 못해 혼자서 끙끙대다가 사모나 자녀 등 가족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밝혔다. 박 목사는 “교계 차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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