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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의 시선] 서머타임의 부조리와 폐해

지역뉴스 | | 2023-03-08 11:35:02

정숙희의 시선, LA미주본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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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LA미주본사 논설실장)

1982년 여름 미국에 처음 왔을 때 해가 무척이나 길다고 느꼈다. 습기 없는 캘리포니아 태양이 하루 종일 내리쬐었고, 저녁 8시가 넘어도 건조한 하늘에는 한낮의 열기와 밝기가 그대로걸려있었다. 태양 때문에 사람을 쏘았다는 ‘이방인’의 뫼르소 적인, 정확히 표현할 수 없는 고독과 부조리의 느낌이 미국생활 첫 해의 기억으로 박제돼 남아있다.  

그해 10월31일은 일요일이고 핼로윈 데이였는데 ‘서머타임이 해제되는 날’이라며 한 시간 더 자도 된다고 했다. 세상에 처음 듣는 이야기라 이상하고 신기하기 짝이 없었다. 멀쩡하게 돌아가는 시간을 잡아서 한 시간을 더하고 빼고, 일상을 늘리고 줄이고 하다니, 아 선진국은 역시 다르구나, 뭐 그런 생각도 했던 거 같다. 당시 한국은 국민소득이 1,800달러가 조금 넘은 개발도상국이었으니 ‘아름다운 나라’ 미국(美國)이 하는 일은 모두 아름다워 보였던 것이다. 

40년 건너뛰어 2023년, 오는 일요일 3월12일 새벽에 2시가 3시가 된다. 또 서머타임, 일광절약시간제(Daylight Saving Time)가 시작되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컴퓨터들은 자동으로 알아서 시간을 고치겠지만 손목시계 탁상시계 벽시계 오븐시계 등은 수동으로 시침을 당겨야한다. 그렇게 한 시간 일찍 하루를 시작했다가, 7개월 지나 11월의 첫 일요일(5일)에는 시계를 다시 뒤로 돌려 원위치하는 수고를 반복해야 한다.

도대체 사람들은 왜 이런 제도를 만들었을까? 그 기원은 미국 국부인 벤자민 프랭클린이 프랑스 주재 미국대사로 있던 1784년 파리저널의 편집자에게 보낸 서한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아침시간을 침대에서 빈둥거리며 보내기 아깝다며 해가 뜰 때 대포를 한 대 쏘아 파리지엔들을 깨우면 일찍 하루를 시작하여 밤에 양초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실제 서머타임 시행을 주장한 사람은 그 100여년 후 영국의 건설업자 윌리엄 윌렛이었다. 골프를 좋아했던 그는 길어진 낮 시간의 경제효과를 주장한 저서를 1905년 출간한 다음 영국의회에 안건을 계속 상정했지만 의회는 이를 거부했다. 

그 내용을 받아들여 일광절약 시간제를 최초로 시작한 나라는 독일로, 1916년 1차 세계대전 중 에너지 절약을 위해 도입했다. 이후 유럽이 전화에 휩싸이면서 다른 나라들도 연료 절약과 신속한 군수물자 생산을 위해 잇달아 서머타임제를 도입했다. 

미국에서는 1918년 3월 처음 시행됐다. 그리고 1차 대전이 끝나자마자 폐지됐다가 1942년 2차 대전 때 다시 도입됐으며, 종전 후엔 에너지 절약을 명분으로 계속 실시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처음에는 각 주와 도시마다 다른 서머타임을 적용해 혼란이 있었는데 1966년 ‘통일시간법’ 발효 후 미 전역(하와이와 애리조나주 제외)에서 동일한 서머타임제가 시행되고 있다.  

100년 넘게 시행돼온 일광절약시간제에 대해 최근 무용론과 폐지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연방 상원은 지난해 3월 서머타임을 영구화하는 ‘선샤인 보호법’(Sunshine Protection Act)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번거롭게 매년 두번 시간을 조정하지 말고 한시간 당긴 서머타임을 아예 미국의 표준시간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하원에서 심의되지 못했고, 올해 또다시 입법자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 플로리다)이 같은 법안을 상정한 상태다. 

불편하고 번거로우며 피곤하기 짝이 없는 서머타임제는 오랜 세월 동안 찬반론이 대립해왔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낮 시간이 길어지면 조명 등 전기사용이 줄고 레저, 여가, 쇼핑 등 내수경제가 늘어나 경제적 이익이 커진다고 주장한다. 소매업체나 스포츠업계, 여행업계가 적극 지지하는 이유다. 또한 환할 때 퇴근 및 하교를 하므로 범죄 감소, 여가시간 증가, 출퇴근 시간의 분산으로 교통체증 완화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하는 이유가 훨씬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생체리듬변화에 따른 건강의 악영향이다. 단 한 시간이지만 인위적인 체내시간 조정은 수면장애를 초래해 인지능력과 업무생산성을 떨어뜨린다. 한시간 일찍 아이들을 깨워서 등교시키고 자신도 출근하느라 전쟁을 치러야하는 부모들이 제일 잘 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부모들은 직장에서 잠이 덜 깬 채로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서머타임 실시와 해제 후 몇 주 동안 교통사고가 늘어난다는 통계는 결코 이와 무관치 않다. 또 이 기간에 심장마비와 뇌졸중, 사망이 증가한다는 보고도 나와 있고, 만성 수면부족으로 인해 우울증, 비만, 당뇨가 악화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적지 않다.  

시계를 1시간 앞당기는 것은 물리적 시간을 늘리는 마법이 아니라 신체시계를 속이는 최면, 기만 또는 착각이다. 저녁에 놀 수 있는 시간은 늘어나지만, 대신 자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깨어있는 시간을 늘려 건강을 희생하는 꼴이다.  

따라서 수면과 건강 과학자들은 서머타임제의 영구 적용이 아니라 영구 폐지를 주장한다. 서머타임이 일년 내내 계속되면 여름철 밤이 너무 밝아 잠들기 어렵고, 반대로 겨울 아침에는 너무 어두워 일어나기 어렵다는 이유다. 1990년대 이후 많은 나라들이 서머타임제를 폐기한 것도 이런 폐해들 때문이다. 

시계와 상관없이 해가 뜨면 일어나 일하러 젖을 짜러 나가는 농부들을 보면 답이 나온다. 젖소의 젖이 나오는 때는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에 관계없이 일정하기 때문이다. 인간 역시 동물이다. 아무리 고등동물이라 해도 먹고 배설하고 자는 일은 일정한 생체리듬에 따라 이루어진다.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이상한 제도를 하루 빨리 폐지시켜 일 년에 두 번씩 시계 바꾸는 일 좀 그만 했으면 좋겠다.     

[정숙희의 시선] 서머타임의 부조리와 폐해
정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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