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건설시 미국산 비율 2029년까지 75% 확대 목표
2024년 대선을 앞두고 미국 제조업 부활과 노동자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략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바이 아메리카’가 역설적 난관에 봉착했다. 강화된 미국산 기준을 맞추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내부 반발이 벌써 무성하다. 공공 부문에만 한정된 규정의 실질적 효과는 크지 않다는 비관론도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 “바이든 대통령이 제조업 활성화와 노동자층의 부활을 위해 내세우고 있는 ‘바이 아메리카’가 문제에 부딪혔다”며 “미국은 더이상 도로와 교량, 항구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대부분 부품을 생산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바이 아메리카’는 미국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기반시설 사업에 미국산 건설 자재를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활성화를 위해 인프라 사업에 사용되는 철강, 제조품, 건설자재가 미국에서 생산된 경우 연방 예산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한 ‘인프라 투자 및 고용법’에 따른 조치다.
여기 더해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기존 55%였던 미국산 비율 규정을 한층 강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이달 초 국정연설에서 “연방 인프라 사업에 미국산 건설자재만 사용하게 하는 새 기준을 발표한다”며 목재, 유리, 석고판, 광섬유를 아예 적시했다.
WP는 “이전까지 미국산 비율이 최소 55%인 경우 국내산으로 인정받았지만, 새 지침에 따라 올해는 미국산 비율이 60%를 만족해야 한다”며 “2029년에는 그 비중이 75%로 확대된다”고 보도했다. 이어 “대부분 산업에서 공급망 문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바이 아메리카’ 규정이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며 “인프라 건설에서 핵심 부품을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거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국산 부품 사용을 장려해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계획이 결과적으로 업계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관계자들은 현실적으로 이 같은 규정에 맞춰 미국산 부품을 사용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으로 최근 연방 교통부는 부두 크레인을 비롯해 선박 리프트 등 수입 화물장비 구입에 연방 인프라 자금을 사용하겠다는 항만 당국의 신청을 기각했다. ‘바이 아메리카’ 규정을 맞추지 못했다는 이유였지만, 일부 소규모 화물 장비를 제외하고 바이든 정부가 선호하는 전기 장비들은 모두 해외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조건을 맞출 수 없다는 것이 미 항만당국협회(AAPA)의 입장이다.
화물장비 뿐 아니라 고속도로 건설 시 안전띠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유리구슬 납품에도 이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고속철도 건설에 사용되는 대부분 부품 역시 일본 혹은 독일 제품이어서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국에서는 이 같은 특수성을 감안해 사안별로 예외 적용을 검토 중이지만, 정부의 내수 진작 목표는 수십 년간의 자유무역 기조와 정확히 상충해 한동안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게 WP의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공공 부문에 한정된 규정 자체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선 민간에서 동일한 움직임이 확산해야 하지만 이를 이끌 동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예상을 밑돈다는 지적이다. 2020년 피터슨 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정부의 보호를 받는 산업에서 일자리 창출 효과는 매우 제한된 반면, 개별 일자리 한 개에 25만 달러의 세금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WP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