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LED’ 기술 활용…내년 말부터 애플워치 등 삼성·LG 의존도 줄어들 듯
주요 부품을 직접 만들어 외부 의존도를 낮추려는 애플의 행보가 가속화하고 있다. 반도체 독립 선언 이후 칩 제조사들과 연이어 결별한 애플이 이제 디스플레이도 자체 개발해 내년 애플워치부터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계획이 현실화하면 애플 모바일 기기에 디스플레이를 공급해온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기업들이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0일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삼성·LG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이르면 2024년 말부터 애플워치에 자체 디스플레이를 탑재할 계획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애플이 자사 기기에 활용하려는 디스플레이는 기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개선한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로 스마트워치 프리미엄 라인인 ‘애플워치 울트라’에는 이미 마이크로 LED를 적용해 시험하고 있다.
통신은 “차세대 디스플레이는 기존 제품과 비교해 화면 색상이 밝고 선명하며 여러 각도에서 더욱 잘 보이도록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애플은 최종적으로 아이폰을 포함한 다른 모바일 기기에도 마이크로 LED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자체 디스플레이 전환은 최근 속도를 내고 있는 애플의 ‘반도체 칩 독립’과 궤를 같이한다. 애플은 이르면 내년 말부터 퀄컴에 의존하는 5세대 이동통신(5G) 모뎀 칩과 브로드컴이 공급하는 무선 주파수 칩 등을 독자 개발 칩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애플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핵심 부품의 공급 안정성을 갖추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부품 독립을 모색해왔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2014년 마이크로 LED 전문 업체 럭스뷰(Luxvue)를 사들였고 2019년에는 인텔 모뎀칩사업부를 인수하며 반도체 설계 역량을 끌어올렸다. 맥 컴퓨터에 자체 개발한 ‘애플실리콘’ 칩을 탑재하는 등 성과도 속속 내고 있다.
외신들은 정보기술(IT) 업계의 ‘큰손’인 애플이 디스플레이 자체 조달로 돌아설 경우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적잖은 충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애플워치에 디스플레이를 공급하고 있고 향후 자체 디스플레이 도입 범위가 아이폰 등으로 확대되면 아이폰14 패널 수요의 70%를 차지하는 삼성디스플레이의 피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 전체 매출의 36%, 삼성디스플레이 매출의 6.6%가량이 애플에서 나온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아이폰·맥북 등 주력 제품의 디스플레이까지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애플은 2020년 마이크로 LED 패널 도입을 목표로 2018년부터 본격적인 연구개발(R&D)에 나섰지만 경제적·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실제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 당초 이 기술을 대형 디스플레이 분야에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화면 크기가 2인치 남짓인 워치부터 시작하는 방향으로 후퇴했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