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경동나비
첫광고
엘리트 학원

[행복한 아침] 착하게, 바보처럼

지역뉴스 | | 2022-09-30 12:03:41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김정자(시인·수필가)

교통 사고로 무릎 근육이 찢어지는 곤혹을 당했다. 정형외과를 수 차례 방문하고서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지팡이를 의지하면서 걷는 모습을 보시고는 “착한 사람은 빨리 낫는대요.”  위로의 말이 가슴 깊이 생각의 틀에 박혀버린 듯 잠자리에 들 때도, 일어날 때도, 어김 없이 떠오른다. 착하다는 말에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왔는가. 마음가짐이 바르고 어질게 살아왔는가. 하루를 시작할 때 나를 일으켜 세우며, 하루를 마무리 할 때, 나를 돌아보는 일을 지표로 삼으며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유년부터 예쁘다는 말 보다 착하게 생겼다는 말을 줄곧 들으면서 자라온 터라 착함을 삶의 덕목으로 삼아 왔지만 착함에 대한 무게가 가벼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왠지 늘 착한 모습을 유지해야할 것 같은 책무감에 붙잡혀 있었던 것 같다. ‘착하다’의 사전적 뜻은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함을 이르는 것인데, 경상도 억양의 무뚝뚝한 말씨가 투박하기 이를 데 없음 이요, 마음 씨가 곱기는 고사하고 눈꼴사나운 일을 보기만해도 비위에 거슬리는 걸 감출 수가 없다. 옳고 그름의 잣대를 정확하게 들이대며 경우 바르게 살아야 한다고 부르짖는 모습에선 착함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겨우 변명이라 내밀 수 있는 건 억울하고 따지고 싶어도 참고 견디며 작은 마음이라도 베풀려고 애쓰며 살아왔다는 것이다.

주일학교 어린이가 눈물 범벅이 되어 회개 기도를 올리는 모습 속에서 무슨 그리 아픈 잘못을 저질렀겠는가.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아이들 앞에서는 항상 부끄러웠던 일들이 무수히 떠오른다. 특별한 계층을 제외하고는 우리네는 다들 착하게 살아간다. 힘든 이웃을 동정하며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동하는 것도, 이웃이 잘되기를 바라는 것도, 고생 끝에 낙을 얻게 되면 내일인양 기쁜 것이 우리네 인정이다. 오랜 병원생활을 끝내시고 퇴원하신 분이 계시면 찾아뵙고 함께 기뻐해주며, 이웃 새댁이 순산했다는 소식만 들어도 기쁨을 나눈다. 우크라이나가 빼앗긴 땅을 회복했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도 기뻤던 건 매한가지. 눈에 띄이는 크고 굉장한 것에 마음을 두기 보다 작고 여린 것에 마음을 두며, 기쁨도 슬픔도 지혜롭게 견디게 해주시기를 바램 하는 단정한 착함이 갈급한 시대이다. 미사여구 없이 순수하고 간결한 글들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겨지는 진리처럼.

수 없이 생각을 했던 일이다. 인류의 한 사람으로 쓸모 있는, 세상을 착함으로 전이 시킬 수 있는가에 골몰했던 시간들이 얼마였던가. 어떻게 남은 날들을 착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오늘 네가 있어 마음이 꽃 밭이다’ 라는 나태주 시인의 시 구절이 정답이 될 것 같다. 누구에게나 마음의 꽃밭이 되어주는 착한 사람으로 살아지고 싶다. 

착하게 살고 싶은데 착하게만 살다 보면 바보 취급 받기가 딱 좋은 세상이긴 하다. 착한 사람보다 악한 사람이 더 잘 되는 것 같은 세상이 된지 오래다. 마지막 때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실증일 것이다. 어떻게 사는 것이 착하게 사는 것일까. 착한 삶의 정석을 제시를 할 수 없는 것이 문제다. 착하게 상냥하고 반듯한 예의로 행동하고 주위에 민폐를 끼치지 않으며, 부탁을 받으면 거절할 줄 모르고, 빌려 달라는 것 마다 무조건 베풀고 사는 것이 착한 삶일까. 착한 말들이, 착한 심성들이 민망스러워 숨고 싶겠다.

착하게 살아가는 마음은 이기적으로 남을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흐트려 놓은 세상을 이타적인 아름다운 마음으로 세상을 가꾸어 가노라면 어느 땐가 살만한 세상으로 흘러가겠지 하는 마음의 비롯이라 생각된다. 착한 삶의 자부심에서 파생된 여유로움의 행복을 후손들에게 심어 주어야 할 것이다. 착한 사람들이 좀 더 애쓰고 좀 더 살만한 세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착하게 바보처럼 살기로 마음을 다진다. 내가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상대의 무례함에도 관여치 않으며 따지지도 말고 서운해 하지도 말며 편히 살기로 했다. 누군가를 원망하는 동안, 일상도 꼬이고 일의 능률도 떨어졌다. 분명 내 잘못은 아니지만 오히려 어둠에 휩싸이는 딱한 지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착하게 바보처럼 사는 길을 택한 지혜를 존중하게 되었다. 바보와 착한 사람은 한 끝 차이라 착하다는 말이 욕이 되는 세정이다. 마음 먹기 달렸다. 세상을 즐겁게 살아가기 위해 주어진 만큼의 소출로 주변을 어지럽게 하지 않으며, 사려 깊은 배려와 친절, 양보와 겸양을 두루두루 적용해가며 일상을 감사로 채워가기로 했다. 착한 바보가 되는 길이 평안을 누릴 수 있는 지름길이라 인정해가면서.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비인간적 대우 만연, 풀턴카운티 구치소 현실
비인간적 대우 만연, 풀턴카운티 구치소 현실

비위생적 환경과 과도한 무력 사용풀턴 카운티 구치소 내 폭력 증가  풀턴 카운티 구치소 수감자들이 영양실조 및 폭력 등의 문제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연방 관리국은 풀턴 카운

자동화 물류 센터 조지아에 입성...'300개 일자리' 창출
자동화 물류 센터 조지아에 입성...'300개 일자리' 창출

조지아, 자동화 물류 혁신의 중심지로 부상1억 4,400만 달러 투자...2025년부터 운영  AI 기술을 통한 자동화 물류 서비스 센터가 조지아에 들어설 예정이다. 그린박스 시스

전기차 보조금 폐지 계획에 조지아 관련 당사자 반응 제각각
전기차 보조금 폐지 계획에 조지아 관련 당사자 반응 제각각

주정부 “별 영향 없을 것”무시현대차 “사업계획  차질”우려리비안 “수혜모델 없어” 덤덤  도널드 트럼트 대통령 당선인 정권인수팀이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계획하고 있다는 로이터

뺑소니 사망사고 낸 아마존 배달원 기소
뺑소니 사망사고 낸 아마존 배달원 기소

차량서 마약도 발견돼 12일 저녁, 체로키 카운티에서 뺑소니 사망사고를 일으킨 아마존 배달원 런던 베스트(남, 24세)가 기소됐다.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

조지아 출신 콜린스, 트럼프 내각 보훈부장관 지명
조지아 출신 콜린스, 트럼프 내각 보훈부장관 지명

전 주, 연방하원의원 역임해 트럼프 열열한 지지자 활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14일 조지아주 게인스빌 출신의 더그 콜린스(Doug Collins) 전 연방하원의원을

샘 박 의원 민주 원내총무 다시 한번
샘 박 의원 민주 원내총무 다시 한번

조지아 민주당 차기지도부 선출5선 박의원,경선 끝에 연임성공  조지아 하원 민주당 원내총무에  샘 박<사진> 의원이 연임됐다.조지아 민주당은 14일 비공개 회의를 통해

조지아도 ‘꽃매미’ 경계령
조지아도 ‘꽃매미’ 경계령

지난달 풀턴서 성충 발견강력한 생태계 교란해충농작물 등에 심각한 위협 조지아 전역에 강력한 생태계 교란종인 흔히 중국매미로 불리는 꽃매미 경계령이 내려졌다.조지아 농업부는 지난달

〈부고〉전 한미장학재단 남부지부 회장 김용건 박사 별세
〈부고〉전 한미장학재단 남부지부 회장 김용건 박사 별세

8일 별세, 30일 11시 추모식 한미장학재단 남부지부 회장을 역임한 김용건 박사(사진)가 지난 8일 애틀랜타 남부지역 존스보로 소재그의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95세.1928년

우수 리터러시 교육 귀넷 학교 12곳 선정
우수 리터러시 교육 귀넷 학교 12곳 선정

리터러시 교육, 학생들 삶의 초석 다진다학생들의 읽기와 이해력 향상에 기여 조지아 교육부(GaDOE) 2023년부터 올해의 우수 리터러시 교육 학교에 귀넷 카운티 12곳 학교가 선

노인회·미션아가페, 귀넷 보조금 지원기관 확정
노인회·미션아가페, 귀넷 보조금 지원기관 확정

노인회 9만4,657달러, 미션아가페 3만7,840달러 귀넷카운티 정부는 중요한 필요를 충족하는 한인단체 두 곳을 포함 65개 비영리 단체를 선정해 비영리 단체 역량 강화 보조금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