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소비자 보호 차원… 두 달 의견수렴 후 시행
포터랜치에 거주하는 모니카 민(62)씨는 남편과 함께 뉴저지에서 열리는 동문회 참석차 11월4일 LA를 출발해 6일 다시 LA로 돌아오는 왕복 항공권 2장을 예약했다. 일반석 티켓 1장 가격은 각종 세금을 포함해 557달러. 일정이 어떻게 변경될지 몰라 환불이 가능한 항공권으로 예약했더니 편도당 50달러씩을 더 내야했다.
민씨는 “동문회 준비로 짐이 많아 위탁 수하물로 부치려 하는데 첫 번째 가방 30달러, 두 번째 가방은 40달러를 추가로 내야 하고, 원하는 좌석을 예약하려면 별도의 수수료가 부과되더라”며 “자칫 배보다 배꼽이 더 클 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내 항공 노선을 이용하는 한인 등 여행객들이 항공권 구입시 각종 수수료와 숨겨진 비용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추가 부담을 지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는 미국에서 운항하는 항공사들이 소비자들에게 항공권을 판매할 때 항공료 외에 붙는 각종 수수료와 비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할 전망이다.
26일 연방 교통부는 수하물, 항공권 변경이나 취소, 가족 좌석 배정과 관련한 수수료를 항공권 구매 때 공개하도록 하는 규정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소비자가 항공권 구매 뒤에 미처 알지 못한 ‘숨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관행이 불공정하다는 지적에 따라 나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소비자가 가격을 비교하며 항공권을 살 때 전체 비용을 즉시 알고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에 도입되는 규정은 60일 동안 공공의견 수렴과 심의를 거친 뒤 시행되며, 국내선은 물론 미국내 공항에 이착륙하는 모든 항공편에 적용되기 때문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미국 취항 노선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항공료를 둘러싼 소비자 불만을 두고 항공사나 규제당국의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추가 화물에 대한 수수료를 인상하거나 무료로 제공되던 좌석선정 서비스 등에 수수료를 붙이는 방법으로 경영난 타개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방 정부는 미국 대형 항공사들이 항공권 취소, 변경 수수료로 지난해 7억 달러 매출을 올렸다는 점을 주목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반석 승객의 절반 이상은 더 나은 좌석을 선택할 경우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했으며, 승객의 40%는 수하물을 부치느라 추가 요금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LA에 사는 정한일(45)씨는 “‘서비스는 높이고 가격은 낮춰야’ 정상인데 팬데믹 이후 항공사들은 오히려 ‘서비스는 낮추고, 가격은 높이는’ 정책을 펴 왔다”며 “연방 정부의 이같은 규제 노력을 적극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연방 교통부는 ‘현저한 항공편 출도착 변동사항’ 발생시 항공권 환불을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하는 법령 개정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미국 대형 항공사들은 출발이 3시간 이상 지연된 고객에게는 식사권, 공항에서 밤새 기다리는 탑승객들에게는 숙박권을 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빈번한 항공편 연발 및 연착, 취소 등의 이유로 큰 불편을 겪었던 탑승객들이 식사나 숙박 등의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델타항공, 젯블루항공 등 주요 항공사는 자사 과실로 항공편이 지연될 경우 고객에게 제공할 보상안을 지난 8월 말 회사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각사의 보상안은 세부 내용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3시간 이상 지연에는 식사권, 밤샘 지연에는 숙박권을 준다는 내용은 공통적이었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