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침체 확률 98%” 기업 순익 10% 감소 우려
끝을 모르는 달러화 강세가 세계경제를 위기에 몰아넣을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달러 강세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는 유럽 등 해외 국가들은 물론이고 미국 역시 ‘킹달러’의 역풍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과 CNBC 등에 따르면 마이클 윌슨 모건스탠리 최고미국주식전략가는 26일 발간한 고객 노트에서 “최근의 달러화 강세는 자산시장의 위험을 막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역사적으로 이 같은 상황은 금융위기나 경제위기, 또는 둘 모두를 포함한 경제난이 터지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고 경고했다. 그는 “경제위기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시장을 벼랑으로 몰고 가는 조건이 갖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분석은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114.527까지 상승하며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나왔다. 모건스탠리는 달러인덱스가 올해 말 118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놀라운 점은 다른 주요 중앙은행들도 역사적으로 매파적인 속도로 긴축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음에도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다는 것”이라며 “뭔가 부서질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 바로 이 지점”이라고 전했다. 세계 어느 곳이든 경제적 파국이 발생한다면 강달러 때문일 것이라는 의미다.
강달러에 따른 경기 침체 신호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네드데이비스리서치(NDR)의 글로벌 경기예측 모델에서 침체 확률은 98%를 넘어섰다. NDR의 패트릭 아이레스는 “침체 확률이 이렇게 높았던 것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과 2008~2009년 금융위기 같은 급격한 경기 침체 당시뿐”이라며 “심각한 글로벌 경기 침체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침체 우려가 증폭되면서 원자재 가격도 연일 하락세다. 원유와 구리·밀 등 주요 원자재의 가격 지표인 블룸버그상품현물지수는 이날 1.6% 하락한 534.2로 1월 24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침체 우려가 커지고 달러가 계속 급등하면서 해외 구매자들은 달러화로 거래되는 상품을 구매하는 데 더욱 많은 비용이 들고 이는 원자재 수요 전망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달러의 진원지인 미국도 역풍을 비껴가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타격을 받는 곳은 기업이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달러인덱스가 1% 오를 때마다 기업의 순익에 0.5%씩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4분기에는 강달러에 비용 증가까지 더해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들의 순익이 1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CNBC는 “달러 급등은 미국의 다국적 기업의 수익에 영향을 미치고 국제무역을 파국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부정적인 전망의 여파로 뉴욕 증시의 S&P500지수는 이날 3655.04로 마감해 2020년 12월 14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우지수도 1% 이상 하락하며 올 1월 4일의 전고점 대비 종가 기준으로 20% 이상 급락해 약세장에 공식 진입했다. 이로서 뉴욕 증시의 나스닥지수를 포함해 뉴욕 증시의 3대 지수는 모두 약세장에 들어섰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알려진 VIX는 지수는 이날 전날대비 3포인트 상승한 32.88을 기록, 주가가 크게 하락했던 지난 6월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하지만 강달러에 대한 우려에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긴축 기조를 고수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메사추세츠공과대에서 열린 행사에서 “불확실성이 있을 때 정책 입안자들은 더욱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며 “공격적이고 선제적인 조치는 최악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오히려 강력한 긴축 행보를 예고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