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유심 사용 못해
비싼 로밍 요금 물수도
애플이 지난 7일 공개한 아이폰14 시리즈에서 ‘노치(M자 모양의 움푹 파인 테두리)’ 말고도 없앤 게 하나 더 있다. 기본 모델과 프로 모델을 막론하고 심(Sim) 카드를 넣는 심 트레이를 없애 내장형 나노심인 ‘e-sim’을 전면 채택한 것인데, 이 파격적인 결정이 불러올 나비효과는 어떻게 될까.
한국에서는 이달부터 일부 통신사에서 e-sim을 통해 스마트폰을 개통하는 게 가능해졌다. 애플이 미국 내에 출시된 아이폰14 시리즈에는 전면적으로 심카드 트레이를 없애면서 ‘e-sim only’체제를 만들었다. 2018년 아이폰XS부터 e-sim이 호환되도록 해 사실상 물리 심, e-sim ‘듀얼 심’ 체제를 유지했는데 이것을 4년 만에 전면 e-sim으로 바꾼 것이다.
애플은 e-sim 전면 채택을 두고 보안 강화를 이유로 내세웠다. 물리 심과 달리 심카드가 스마트폰에 내장돼 스마트폰을 잃어버리지만 않는다면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연방통신위원회(FCC)도 e-sim이 보안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권장한 바 있다.
미국에서는 팬데믹 이후 e-sim이 활성화되고 있다. 버라이즌, AT&T, T모빌 등 대표 통신사 외에도 민트모바일, US모바일, 부스트모바일 등 저가 통신사들이 있는데 이들의 경우 오프라인 직영점이나 대리점을 두기가 쉽지 않은 편인데, 이들은 고객이 오프라인 매장에 직접 방문하는 대신 e-sim으로 원격 개통을 하는 옵션을 장려하고 있다.
글로벌뉴스와이어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e-sim 시장 규모가 89억 달러 수준이었는데, 매년 평균 16.4% 성장해 2028년에는 시장 규모가 258억 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이 이번에 유심을 없애고 e-sim으로 대체하면서 이 속도는 훨씬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저가 통신사들은 일제히 애플의 결정을 환영하고 나섰다. 물리 심이 없어지면서 이용자들이 원할 때 쉽게 편익에 따라 통신사를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미국 내 이용자들은 반신반의하고 있다.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의 경우 e-sim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상태고 해외 여행을 할 때 현지 국가의 나노심을 끼울 수 없다 보니 비싼 로밍 비용 부담을 떠안아야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애플이 e-sim이라는 파장을 만든 만큼 전 세계 통신사에서 빠르게 관련 서비스와 인프라를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