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정부 차원서 ‘원청 사용자 법규’ 추진
연방 정부가 하청업체나 프랜차이즈 지점이 노동법 위반을 하게 되면 원청업체에게 공동 책임의 의무를 규정하는 법안 추진에 나서 관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캘리포니아주에서 패스트푸드 업계 최저임금을 22달러로 인상할 수 있는 법안이 최종 확정된데 이어 원청사용자 법안까지 연방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면서 한인 관련 업계는 업계의 근간과 생존을 흔드는 법안으로 강력한 저지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어서 법안을 놓고 연방 정부와 관련 업계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가 하청업체나 프랜차이즈 지점이 노동법 위반을 할 경우 원청업체나 프랜차이즈 본사에게도 공동 책임을 묻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보도했다.
소위 ‘원청 사용자 법규’(joint employer rule)이라 불리는 이번 법안의 핵심은 원청업체나 프랜차이즈 본점의 간접적 영향력 행사에 대한 법적 책임을 확대하는 데 있다.
발의된 법안에 따르면 예컨대 프랜차이즈 지점에서 노동조합을 결성하려는 직원을 부당하게 해고한 경우 노동법 위반이 밝혀지면 프랜차이즈 본사도 지점의 노동법 위반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지난 2020년에 개정된 현행법은 원천사용자에 대한 책임을 프랜차이즈 지점 직원의 근무 시간이나 임금에 대해 ‘직접적’으로 관여했을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NLRB가 발의한 법안은 프랜차이즈 지점이 본사가 정한 매장 직원의 근무 시간과 임금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이 담긴 근무 관리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는 현실을 감안해 프랜차이즈 본사의 ‘간접적’ 영향력에 대한 법적 책임 한계를 확대한 것이다.
또한 원청사용자 법안은 하청업체나 프랜차이즈 지점에 노조가 설립된 경우 원청업체와 프랜차이즈 본사는 이들 대표와 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하청업체 직원과 노조는 이번에 발의된 법안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근무 조건 개선을 위해 원청업체나 본사를 상대로 교섭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이 열악한 근무 환경과 급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법안 발의로 직격탄을 맞은 것은 프랜차이즈 업계다. 가뜩이나 가주의 프랜차이즈 직원 보호법인 AB257 법안이 개빈 뉴섬 주지사가 5일 서명함으로써 최종 확정된 상황에서 NLRB의 원청사용자 법안까지 발의되면서 그야말로 ‘양수겸장’을 맞은 상황에 놓였다.
한인 프랜차이즈 업계에도 원청사용자 법안의 파장이 크다. 업계의 근간과 생존을 위협하는 법안으로 타격이 클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법안의 모순을 지적하며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한인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AB257법과 이번 원청사용자 법안 모두 프랜차이즈 업계에 심각한 내용을 담고 있어 업계의 근간과 생존을 흔드는 법안들”이라며 “매장 100개 이상에 적용되는 AB257법과 본사가 관여하지 않은 지점의 노동법 위반에 책임을 지우는 원천사용자 법안 모두 불공정과 모순을 내포하고 있어 적극적으로 반대하며 법안 폐기와 개정을 위해 업계의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타업종에 종사하는 한인 업주들도 이번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친노동자 법안들의 후폭풍이 언제든지 불어 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한인 업주는 “원청과 하청의 관계는 늘 유지되는 경제 관계라는 점에서 이번 법안은 다른 업종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프랜차이즈 업계가 매를 먼저 맞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