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용된 카드로 무작위 송금, 무심코 돌려주면 반환액 피해 “공짜돈 와도 대응하지 말아야”
한인 김모씨의 스마트폰 자동 알람이 울렸다. 김씨의 현금 송금 애플리케이션인 벤모 계좌에 애나(Anna)라는 사람이 중고가구 값 500달러를 보내왔다. 하지만 김씨는 몇 시간 뒤 애나로 부터 잘못 송금된 돈이니 500달러를 되돌려 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 중고가구 거래를 하지도 않은 김씨는 고민에 빠졌다. “돌려주어야 할까? 아니면 그냥 무시해야 할까?”
이처럼 스마트폰 등을 통해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어 한인 이용자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는 벤모(Venmo)나 젤(Zelle) 등 간편 송금 서비스를 악용한 금전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6일 LA타임스가 보도했다. 사기범들은 착오 송금을 빌미로 반송 송금을 요구하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어 한인 이용자들의 주의 요망과 함께 대응 방안 강구가 요구되고 있다.
착오 송금 반환을 요구하는 사기범들의 수법은 이렇다. 사기범들은 불법 매매 웹사이트인 ‘다크 웹’(dark web)에서 확보한 타인의 크레딧카드 정보를 벤모나 젤 앱에 연동해 무작위로 수천명에게 일정 금액을 송금한다. 몇 시간 뒤 돈을 잘못 송금했다며 반환 송금을 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이를 보고 요구한 금액을 반환 송금하면 사기범들의 상황은 종료된다.
언뜻 보면 벤모나 젤 계좌로 들어온 돈을 다시 그만큼 되돌려주는 것이니 손해 볼 것이 없어 보이지만 착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벤모를 통해 내 계좌에 들어온 현금에 1.9%의 송금 수수료와 추가 10센트가 송금액에서 제외된다. 예를 들면 500달러를 받게 되면 실제 손에 쥐는 현금은 490.40달러다. 여기에 분실한 크레딧카드 소유자가 사기범들이 송금한 금액에 대한 결제를 거부하게 되면 오로지 손해를 보는 쪽은 착오 송금을 반환한 사람의 몫이 되어 버리는 구조다. 즉, 피해자가 송금 받았다고 생각한 500달러는 받을 수 없고, 대신 자신이 사기범들에게 돌려준 500달러는 찾을 길이 없어 고스란히 피해를 당하는 것이다.
실수로 송금한 돈을 찾기 위해서 받은 사람이 반드시 되돌려주어야 가능한 제도를 사기범들이 악용한 것이다. 착오 송금 반환 범죄 대상 중 1%라도 반환 송금을 하면 사기범들에게는 엄청난 금전적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산이다.
그렇다면 벤모나 젤을 통해 실수로 잘못 보낸 돈을 받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오류 송금 반환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게 최선이다. 사기범이 아니라면 오류 송금에 대한 반환을 놓고 벤모나 은행과 협의해 해결하기 때문이다. 오류 송금이 사실이라는 것이 확인되면 반환에 따른 송금 수수료에 대한 크레딧을 받을 수 있어 금전적인 손해를 피할 수 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