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출시한 완전자율주행(FSD) 소프트웨어의 안전성을 시험해보겠다고 어린 자녀를 향해 차를 몬 네티즌의 유튜브 영상이 미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에 거주하는 자동차 판매업자 카마인 쿠파니가 지난 12일 올린 49초짜리 영상을 보면 쿠파니가 탑승한 테슬라 차량이 FSD 모드가 켜진 채 동네 주차장 길에서 출발한다.
계기판에 시속 35마일(약 56㎞)까지 찍으며 내달리던 차량은 정면에 서 있는 쿠파니의 11살짜리 아들을 감지하고서는 서서히 속력을 줄이더니 길에서 비켜난 소년 곁으로 멈추어 선다.
쿠파니는 8일 뒤인 지난 18일 올린 영상에선 좀 더 과감한 시험을 선보였다.
이번엔 FSD보다 기초적인 단계인 자율주행 모드를 켜고 왕복 2차로 도로에서 시속 41마일(65㎞)까지 달렸는데, 20초쯤 지나 교차로 한가운데에 스마트폰을 들고 서 있는 소년 코앞에서 주행을 멈췄다.
이들 영상에는 테슬라 차량이 도로에 선 보행자를 인식하고 이를 계기판에 띄워 운전자에게 알리는 모습까지 함께 담겼다.
일부 네티즌은 "인간 운전자보다 자율주행이 더 안전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더 많은 유튜브 이용자들은 "나도 아빠로서 충고하는데 제발 그만두라", "시험을 계속하더라도 당신 아들은 빼고 하라", "당신을 체포해 6개월간 감옥에 가둬야 한다"고 댓글을 달며 시험이 부적절했다고 비난했다.
쿠파니는 올 연초에는 아들을 테슬라 운전석에 앉혀놓고 거리를 자율주행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CNN은 최근 테크기업 그린힐스 소프트웨어 CEO 댄 오다우드가 테슬라 FSD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유튜브 영상을 공개한 것에 반발해 쿠파니와 같은 테슬라 지지자들이 앞다퉈 자발적 시험영상을 올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난 18일 업로드돼 30만명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한 오다우드의 영상에는 완전자율주행 모드가 적용된 테슬라 차량이 길 위에 놓인 어린이 모형을 인식하지 못해 그대로 충돌하고 지나가는 모습이 담겼다.
쿠파니는 "어떤 이들은 나에게 미친 아빠라며 뭘 하느냐고 묻는다"면서도 "나는 이런 일들을 많이 하지만, 우리 아이가 다치지 않도록 확실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튜브에는 쿠파니 외에도 종이 박스나 마네킹, 혹은 자신의 자녀를 동원해 FSD 안전성을 시험해본 다른 네티즌들의 영상이 다수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17일 성명을 통해 "소비자들은 직접 차량을 테스트해보거나, 어린아이와 같은 실제 사람을 테스트에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며 "이는 굉장히 위험하다"고 당부했다.
CNN은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을 둘러싸고 찬반양론이 부딪히며 이 기술이 자동차 업계의 화약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FSD에 회의적인 시각이 상존한다. 캘리포니아 차량국(DMV)은 "완전자율주행이라는 표현은 기만적이며, 이는 테슬라의 주내 차량 판매 허가를 유예하거나 취소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라지 라지쿠마 카네기멜런 대학 교수는 "컴퓨터가 어린아이와 같은 작은 물체를 빠르고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머신러닝에 기반한 컴퓨터의 시각은 허위양성이나 음성이 있는 질병 진단처럼 100% 안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