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경기 연속 일본과의 경기서 0-3 참패 “축구협회가 벤투 뒤에 숨어선 안 돼”
벤투호가 핵심 자원 없이 나선 한일전에서 또 한 번 참패하며 플랜B가 없는 약점을 제대로 노출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 불과 4개월만 남겨둔 시점이어서 우려는 더 커진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은 27일 끝난 2022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 일본에 0-3으로 완패했다. 지난해 3월 평가전에 이은 2경기 연속 0-3 패배다. 결과보다 경기 내용이 더 처참하다. 90분 내내 유효슈팅을 단 1개만 기록할 정도로 완벽하게 일본에 밀렸다.
일본의 정확하고 간결한 패스워크에 한국 수비진은 농락당하다시피 했다. 한국의 어떤 공격수도 일본 수비수를 한 명이라도 시원하게 제치지 못했다.
전반전 막판부터 선수들의 표정에서는 무력감이 묻어났다. 확연한 실력의 격차를 목도한 선수들에게 무턱대고 ‘정신력’을 강조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 없는 일이다.
한국 축구가 기본적인 선수 기량에서부터 일본에 밀리는 현실이 드러난 가운데, 다양한 전술을 준비하지 않고 일부 유럽파 핵심 선수들에게만 의존하는 축구를 고집한 벤투호의 한계가 노출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벤투호는 ‘수비의 핵’인 김민재(나폴리), ‘중원의 엔진’ 황인범, 그리고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프턴), 황의조(보르도) 등 유럽파 공격수들이 빠지면 경기력이 크게 저하되는 모습을 보여왔는데 일본전은 이런 문제점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경기라는 것이다.
전술적으로 유연하지 못하고, 선발 명단에 큰 변화 없이 뽑는 선수만 뽑던 벤투 감독의 선택이 ‘자충수’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박문성 축구 해설위원은 “자신의 축구 스타일에 딱 맞는 선수만 고집하다 보니 현재 경기력이 좋지 않은 선수들을 많이 뽑게 되고, 결국 압박, 공수 간격 조절 등에 실패하는 결과를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핵심 자원들의 유무에 따라 경기력의 진폭이 이렇게까지 커진다면, 감독의 역량에 대한 의구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뛰어난 개인이 없는 상황에서도 집단적 구조로써 대응해야 하는 게 감독의 역할인데, 벤투 감독은 이게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벌어져 버린 ‘숙적’ 일본과 실력의 격차 문제는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는 한국 축구 전체가 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다.
당장 문제는 월드컵이다. 불과 4개월을 앞두고 주전과 비주전 간 격차가 너무 크다는, 중대한 문제를 노출해버렸다.
그런데 이를 해결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9월 A매치 2경기를 치르고 나면 바로 월드컵이다.
벤투호로서는 유럽파 주전 선수들이 월드컵 본선까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 주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인제 와서 여론에 사령탑이 흔들리는 것은 더 나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 만큼, 대한축구협회가 나서서 벤투 감독의 ‘방패막이’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지금 와서 벤투 감독을 경질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면서 “벤투 감독이 최대한 힘을 가지고 월드컵까지 밀고 나갈 동력이 있어야 한다. 축구협회가 방패막이로 나서는 것 말고는 수습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지금은 축구협회가 국가대표팀과 벤투 뒤에 숨어 있을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