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 영향과 전망은
크레딧카드 등 채무비용 증가… 가계경제 타격
9월에도 0.75%p 예상 속“속도 늦출수도”언급
경기침체 우려 속 파월 메시지에 증시는 상승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의 ‘자이언트 스텝’을 다시 밟은 것은 시장에서 이미 예상한 대로였다. 거듭된 긴축 행보에 경기 침체 위험성이 높아졌지만 물가를 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의 결과다. 이번 결정으로 크레딧카드 등 소비자 대출의 이자 부담이 더욱 커지는 등 서민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한 가운데, 다만 연준은 향후 장기적인 관점에서 통화 완화에 대한 시나리오도 내놨는데 이는 긴축 이후를 설명하는 것이어서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도 줬다는 평가다.
■영향
연준의 2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으로 한 달여 만에 기준금리가 1.5%포인트나 올라가면서 이에 영향을 받는 모든 채무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게 됐다. 크레딧카드 이자율은 물론이고 주택 구입을 위한 모기지 대출, 개인 사업을 위한 SBA론 금리도 따라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비지니스와 투자를 이유로 변동 금리로 다양한 대출을 받았다면 향후 이자율 급등을 감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기준금리의 영향을 받는 채무를 먼저 상환하고 실물 경제의 변화 추이를 살필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자율이 높은 크레딧카드 부채부터 먼저 정리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경기침체 가능성은
연준의 이번 행보는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것이지만 경제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금리를 올리는 것은 기본적으로 시장에 푼 돈을 회수하는 것으로 투자와 소비 등 모든 경제 활동을 축소시킨다.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인데 자칫하면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연준도 이와 같은 우려를 인식하고 있다. 실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FOMC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반드시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강한 노동시장을 유지하면서 물가상승률을 끌어내릴 수 있는 길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길은 분명히 좁아졌고 더 좁아질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물가 안정과 경기 연착륙의 동시 달성이 어려운 목표임을 인정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연준은 경기 침체 우려에도 인플레를 잡는게 중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할 전망이다. 실제 오는 9월 예정된 다음 FOMC에서도 큰 폭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파월 의장은 “다음 회의에서 이례적인 큰 폭의 금리인상이 적절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결정은 지금부터 그때까지 나오는 경제 데이터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벌써 긴축완화 기대?
다만 주목할 점은 이날 연준이 처음으로 기준 금리 인상 ‘이후’를 시사했다는 점이다. 큰 폭 금리 인상과 향후 추가 긴축을 말하면서 동시에 통화 완화적인 비둘기파 메시지를 함께 내놓은 것이다. 이날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 스탠스가 더욱 긴축적인 방향으로 가면서 (나중에는) 우리가 정책 조정이 경제와 물가에 미치는 누적 영향을 평가하게 될 것”이라며 “그때가 되면 금리인상의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해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긴축 속도를 계속 높인 연준이 완화책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결과적으로 해당 메시지는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파월 의장의 이와 같은 발언 후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국채 금리가 떨어지고 증시는 급상승했다. 금리 인상 강도에 대한 전망이 그만큼 옅어졌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가르기 차우두리 블랙록 투자전략 헤드는 CNBC와 인터뷰에서 “증시가 이번 조치에 안도한 것은 연준이 통화정책으로 인해 성장이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인정했기 때문”이라며 “이런 인식은 이전에는 듣지 못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이 물가 외에 경기도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 증시에 호재로 작동했다는 설명이다.
■한미 금리 역전
이번 연준 금리 인상의 또 다른 포인트는 2년 반만에 처음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 금리가 역전됐다는 점이다. 이번 금리 인상 결과 미국 기준금리는 최고 2.5% 수준인데 이는 현재 한국 기준금리(2.25%)보다 높다. 통상적으로 한미 기준 금리 역전은 한국에서의 외국인 자본 유출의 원인이 된다.
한미 금리 역전은 한국 업체들과 비즈니스를 하는 한인 기업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당분간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에서 각종 제품과 자재를 수입하는데는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