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1% ↑ 15년래 최고
지난달 경제매체 CNBC가 인용해 보도했던 개인간 금융 대출업체 ‘렌딩클럽’의 5월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 직장인의 58%가 “하루 벌어 하루 산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 10명 중 6명은 임금 중 한푼도 저축하지 못하고 모두 생활비로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액 연봉자도 마찬가지다. 컨설팅업체 ‘윌리스 타워스 왓슨’에 따르면 연봉 10만달러 이상 직장인 중 36%가 1달이면 받은 임금을 모두 쓰고 근근이 연명하고 있다고 답했다.
뛰는 물가만큼 받는 임금도 오르면 문제없다. 하지만 물가 오름세는 하늘을 날 정도인데 반해 임금 오름세는 거북이 걸음이다. 산업 전 분야로 구인난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기업들이 내년도 임금을 15년 만에 최대폭으로 올릴 계획이라지만 치솟는 물가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해 오히려 실질임금이 줄어들면서 미국 직장인들의 삶이 팍팍해지는 것을 넘어 위기감마저 돌고 있다.
18일 CNN비즈니스는 윌리스 타워스 왓슨이 최근 1,400곳의 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를 인용해 내년 미국 기업들은 평균 4% 수준의 임금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4%의 임금 인상률은 15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임금 인상이다.
문제는 이 같은 임금 인상률이 물가 상승률에 비해 턱없이 작다 보니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5월 미국 물가는 전년에 비해 9.1%나 급등했다. 개솔린 가격은 59.9%나 급상승했고, 식료품 가격은 10.4%나 올랐다. 주거 비용도 5.6%나 올랐다.
직장인의 급여도 올랐지만 전방위적인 물가 상승에 되레 실질 임금은 줄었다. 월스트릿저널(WSJ)은 연방 노동부 자료를 인용해 월간 실질 임금 소득 상승률이 전년 대비 작년 3월 이후 0미만으로 하락해 현재까지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장 최근 집계에서 물가를 고려하지 않은 명목 임금 소득 상승률은 4.2%를 기록했지만 실질 기준으로는 오히려 4.4%나 떨어졌다.
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실질 임금이 줄어들면 그만큼 직장인들의 구매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질 임금의 하락 현상은 미국 직장인들의 저축액 급감으로 이어졌다.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명 중 2명에 해당하는 67%가 생활비가 부족해 저축한 것을 허물고 있다고 응답했다. 26~41세 연령대에서 75%가 저축액을 빼서 생활비를 충당한다고 답해 가장 높았다.
금융정보제공업체 ‘뱅크레잇닷컴’이 미국 직장인 1.025명을 조사한 결과 58%가 비상 자금이 부족해 우려된다고 답했다. 지난해 48%에 비해 10%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