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기업 직원들 대상
현금과 각종 특전을 앞세워 실리콘밸리의 테크(정보기술) 기업 직원이 와서 살도록 유인하는 소도시와 마을이 점점 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 보도했다.
이런 제도는 수년 전부터 있었지만 팬데믹을 거치면서 확산하기 시작했고 최근 1년 새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도시와 계약해 이런 프로그램을 설계해주는 컨설팅 업체 ‘메이크마이무브’에 따르면 작년 10월만 해도 이런 프로그램은 24개에 그쳤지만 지금은 71개로 늘었다.
고연봉의 재택근무자를 겨냥한 프로그램이다 보니 수혜자의 대다수는 대형 테크 기업이다. 일례로 실리콘밸리에서 1,400마일 이상 떨어진 중부의 오클라호마주 털사에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메타플랫폼, IBM, 넷플릭스, 오라클, 리프트, 어도비, 에어비앤비, 델 등의 직원이 살고 있다.
지방정부들은 최대 1만2,000달러의 현금을 지급하고 스포츠센터 회원권을 보조해주거나, 무료 보육·무료 사무공간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이런 프로그램은 부담이 그리 크지 않다 보니 작은 도시들도 유치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인구 1만2,000명의 인디애나주 그린스버그도 그런 도시의 하나다.
일각에선 기업 가치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회사에 다니는 직원에게 왜 재정 지원을 해줘야 하느냐며 이런 프로그램을 비판하기도 한다. 반면 이들이 새로 이주한 동네에서 일자리를 구하려는 게 아니기 때문에 테크 기업의 호황에서 소외된 지역에 일종의 경기 부양책이 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마크 뮤로 연구원은 이렇게 유치한 재택근무자들은 해당 지역에 새로운 공장이나 기업체 사무실의 작은 일부를 유치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게다가 비용이나 위험도 훨씬 적다는 것이다.
뉴욕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뒤 IBM에서 일하며 샌프란시스코, 오스틴 등 생활비가 비싼 미국의 테크 허브에서 살았던 제이슨 매슈는 놀랍게도 털사가 자신에게 딱 맞는 곳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 내가 느껴본 적이 없는 방식으로 사랑받고 사람들이 나를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에서 털사로 이주한 메타 직원 데이빗 고라도 “어느 정도 나 자신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출퇴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과 낮은 생활비, 더 높은 삶의 질 등을 장점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