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스타벅스와 아마존 등 미국 내 사업장의 노조 조직 시도가 2015년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 보도했다.
미국에서 노조를 조직하려면 우선 노사분쟁을 심판하는 노동관계위원회(NLRB)에 진정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WSJ 집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진정서를 낸 작업장이 1천411개로 전년 동기보다 69% 증가했다.
이 가운데 약 400개 작업장에서 투표를 통해 노조 조직안을 가결한 반면, 150개 작업장에서는 부결했다. 나머지 작업장에서는 진정을 철회했거나 투표를 기다리는 중이다.
노조 조직을 시도한 곳은 아마존과 스타벅스 등 대기업 사업장을 비롯해 식료품점, 병원, 주요 소매점 등 다양하다.
창사 이래 50년간 '무노조 경영'을 이어왔던 세계 최대 커피체인 스타벅스에서는 지난해 12월 뉴욕주 버펄로 소재 매장을 시작으로 노조 결성 바람이 불었다.
NLRB에 진정서를 제출한 1천411곳 중 스타벅스 매장이 311곳이었으며, 노조 조직안 투표 결과 145개 매장에서 가결, 22개 매장에서 부결됐다.
미국에서 피고용인 수가 두 번째로 많은 민간 기업 아마존도 뉴욕시 스태튼섬 창고 노동자들이 노조 설립 투표를 가결해 노조 결성에 성공했으며, 다른 주의 창고 노동자들도 노조를 추진 중이다.
조지아주립대 등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들의 노조 가입률은 1964년 29.3%에서 지난해 10.3%까지 떨어진 바 있다.
한동안 저조하던 노조 가입 움직임이 다시 활발하진 데는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와 이에 대응한 경기 부양 과정에서 일부 산업에서 구인난이 발생하며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키울 수 있는 배경이 된 것이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의 노동 전공 교수인 크리스 틸리는 "일반적으로 빡빡한 노동시장 상황은 노조 조직과 노동자의 영향력 확대에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갤럽 여론조사에서 노조에 대한 찬성의견이 1965년 71% 이래 가장 높은 68%를 기록할 정도로 우호적인 여론이 만들어졌고, 정치환경도 노조에 유리하게 조성됐다.
'역대 가장 노조 친화적인 대통령'을 자칭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노조 결성 권리를 보장하는 법안을 지지한 것은 물론 아마존과 스타벅스 노조 지도자들을 백악관에 초청해 간담회를 하며 힘을 실어줬다.
다만 노조가 활성화되면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이 올라갈 수 있지만, 사측이 고용을 꺼려 장기적으로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WSJ은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