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재택근무 풀리니 소비 패턴 급격한 변화
미국 경제가 코로나 팬데믹 타격에서 벗어나면서 소비자들의 급격한 소비 패턴 변화에 온라인 샤핑 기업들과 의류 및 유통업체들이 매출 하락과 재고 증가로 고심하고 있다고 월스트릿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비대면 시대에 수익을 톡톡히 챙겼던 아마존, 넷플릭스, 월마트 등은 매출 하락에 대안을 고심 중이다. 또 유통업체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의 영향으로 최근 판매가 크게 늘었던 PC, 가전제품, 주택 리모델링, 캐주얼 의류, 운동복, 가정용품과 식기류 등의 인기가 식으면서 타격을 입고 있다. 팬데믹 동안 떠올랐던 평상복이나 가정용품의 인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식으면서 업계의 재고 부담이 커진 것이다.
지난 5일 보도에 따르면 최근 메이시스 백화점은 캐주얼 의류나 운동복, 가정용품과 식기류 등 재고가 넘쳐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이 완화되고 일상 회복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소비자들이 회사나 사교모임에 입고갈 화려한 옷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재택근무가 끝나면서 출근하는 직장인이 늘어나면서 캐주얼 의류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기도 했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소비자들은 코로나19로 여행이나 유흥 활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평상복과 가정용품을 사는 데 여윳돈을 쓰곤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면서 식료품이나 연료 등 필수품에 대한 수요가 늘었고 동시에 여행이나 활동, 외식 등 경험 중심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코로나 맞춤형’ 품목의 수요에 맞춰 공급을 늘리고 상품 유치에 공을 들이던 업계는 다소 급작스러운 변화에 과다 재고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빠진 것이다.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는 1분기 재고가 전년 대비 33% 늘었는데, 여기에는 소비변화 예측에 실패한 것도 한몫했다.
의류회사 손해도 막심하다. 미국 대표 캐주얼 브랜드 갭이나 아메리칸 이글 등은 보유재고가 너무 많아 이를 털기 위해 할인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갭은 4월 마감 기준 전년 동기대비 재고가 34% 늘었고, 같은 기간 아메리칸 이글은 46%가 증가했다.
제프 게넷 메이시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말 인터뷰에서 소비 흐름 변화가 극적으로 일어났고 회사가 예상했던 것보다 빨랐다고 말했다. 유통업체 타깃의 브라이언 코넬 최고경영자(CEO)도 “소비자가 지출 대상을 상품에서 서비스로 바꿀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씨티그룹이 지난달 1분기 실적을 발표한 18개 유통업체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11개 업체의 재고 증가율이 판매 증가율보다 10%포인트나 더 높았다.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유통업계가 과잉 재고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업체 간 할인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작년 하반기 물류대란과 제품 부족 사태 이후 보유 제품량을 허겁지겁 늘렸던 월마트, 메이시스 등은 이제 넘치는 재고에 대규모 할인행사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