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각종 악재에 코로나 봉쇄 ‘엎친 데 덮쳐’
미국과 중국의 성장 전망을 연초보다 낮게 보는 발표가 이어지면서 전 세계 성장을 이끌어온 양국의 경기가 식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며 상하이 등 대도시를 장기간 봉쇄하고 있으며, 미국은 40년 만에 최고 수준인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유동성 회수에 나서면서 그에 따른 충격 대응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여기에 미·중 간 무역전쟁에 따른 공급망 탈동조화(디커플링)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등의 악재도 더해지면서 세계 경기가 동반 둔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엎친데 덮친 중국
중국이 3월 내놨던 올해 성장률 목표치 ‘5.5% 안팎’은 이미 31년 만의 최저 수준이었지만, 이제 이미 이마저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초까지만 해도 부동산 경기 침체,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간 공급망 탈동조화 등이 경제에 부담 요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제 무엇보다도 코로나19 확산으로 4월부터 본격화한 상하이 등 대도시 봉쇄에 따른 타격이 심각한 상황이다.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대응책으로 내수 중심 성장전략인 이른바 ‘쌍순환’ 전략을 꺼내 들었는데, 주민들이 아예 문밖으로 나가지 못하면서 생산과 소비가 얼어붙은 것이다. 상하이의 지난달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61.6%,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48.3% 감소했다. 중국 전체의 지난달 소매판매와 산업생산은 각각 11.1%, 2.9% 줄었고, 실업률은 6%대로 올라왔다.
게다가 현재 유행 중인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강력한 전염성을 고려할 때 2020년 초와 같은 신속한 경기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으로서는 하반기 공산당 제20차 당 대회(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시진핑 국가 주석의 치적으로 선전해온 제로 코로나 정책을 수정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며, 이미 9월 예정됐던 아시안게임 개최도 연기한 상태다.
■40년 만의 인플레 압박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올해 중국 성장률이 2%에 그치는 반면 미국은 2.8% 성장하면서 1976년 이후 처음으로 성장률 역전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지만, 미국의 상황 역시 만만치 않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충격을 ‘돈 풀기’로 해결했던 반작용으로 미국은 최근 물가상승률이 2개월 연속 8%를 넘기는 등 40년 새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에 직면했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달 들어 기준금리를 통상 인상 폭의 2배인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밟았고, 향후 2번 정도 추가로 0.5%포인트씩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이번 주 36%까지 떨어지며 최저치를 기록한 배경에도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있는 만큼,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 대응 전선에서 물러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금리 인상 과정에서 주식시장이 급락하고 있으며, 경제가 침체하는 가운데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나온다. 미국의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전기 대비·연율 환산 기준)는 -1.5%로 기존 속보치(-1.4%)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1.3% 감소)보다 저조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미국 경제가 1년 안에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이 종전 5%에서 27%로 크게 올라갔다고 전망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주 요인으로 거론했다. 미국도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에 따른 공급망 차질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대응 차원에서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중국에 부과했던 고율의 보복 관세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