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속 한인들 ‘알뜰 장보기’ 백태
‘역대급’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생활 물가에 생활비 지출 부담이 커진 한인 소비자들이 알뜰 소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내릴 기미 없이 오름세만 더하고 있는 고물가 속에 지출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할인 쿠폰을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할인 상품을 찾아 2~3곳의 마켓을 방문하는 소위 ‘할인 노마드(유목민)’가 늘고 있는가 하면 폐점 직전 할인 가격이 적용되는 ‘떨이 상품’에 대한 쟁탈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고물가가 한인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소비 풍속도를 바꿔 놓고 있는 것이다.
고공행진 중인 인플레이션으로 ‘월급 빼고 다 오를’ 정도의 고물가에 식료품비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지난 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8.3%를 기록했다. 3월에 비해 소폭 완화했지만 1982년1월 8.3%의 상승률 이후 40년 3개월 만에 최대 폭이다.
4월 물가 상승을 주도한 요소 중 하나가 식료품비 상승이다. 식료품비는 전월에 비해 0.9%, 1년 전에 비해서는 9.4% 올랐다. 이는 41년 만에 최대치에 해당된다. 치킨 가격은 3.4% 올랐고 달걀 가격은 10.3% 급등했다. 베이컨 가격은 2.5%, 시리얼은 2.4% 상승했다.
식료품비가 급등하다 보니 1주일 1번 장보기에 나서는 한인들의 지출 부담도 커졌다. 한인 주부 이모씨는 “예전 같은 100달러를 들고 나오면 1주일 먹거리를 장만했지만 지금은 물건값들이 올라서 150~200달러까지 지출하고도 모자라단 느낌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인들의 장보기 패턴도 예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세일 품목을 찾아 그로서리 마켓을 2~3곳을 들리는 일은 이젠 일상이 되어 버렸다.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한인 김모씨는 “채소와 고기류는 주로 타운 내 한인 마켓을 중심으로 2군데 정도를 방문해 필요한 것들을 구매한다”며 “우유, 계란을 비롯한 냉장 및 냉동 식품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미국 마켓을 이용하다 보니 토요일은 마켓 순례의 날이 되어 버렸다”고 말했다.
특정 상품을 싼 값에 구입하려고 마켓 순례를 자처하는 한인들도 있다. 애주가라는 한인 이모씨는 “한국 소주 가격이 올해 들어 소주 가격이 4달러대로 인상되면서 특정 브랜드 소주를 2달러대에 판매하는 한인 마켓을 찾아 다니기도 한다”고 했다.
마켓 순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할인 관련 정보다. 한인타운 내 한인 마켓의 주말 세일 정보는 물론 미국 마켓의 홍보물로 예사롭게 보아 넘기지 않는다. 할인 정보는 효율적 마켓 순례를 가능하게 하는 일종의 ‘전략적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폐점 시간 직전 할인 가격을 적용해 판매하는 ‘떨이 할인’도 최근 들어 인기를 얻고 있다. 한인 마켓 내 반찬 코너에서 매일 조리해 판매하는 각종 전과 부침류, 반찬 중 당일 판매를 하지 못하면 폐기 처분해야 하는 것들을 폐점 1시간 전에 정상 가격에 절반 가격의 할인가에 판매하는데 떨이 상품을 확보하기 위한 눈치 싸움도 치열하다.
한인 마켓에 비해 상대적으로 할인 쿠폰제도가 활발한 미국 그로서리 마켓의 리워드 프로그램에 가입하는 한인 소비자들도 크게 늘고 있다. 한인 C모씨는 “소스류나 햄, 소시지, 음료수와 같은 상품들은 미국 마켓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도 하고 할인 쿠폰도 디지털로 제공한다”며 “디지털 할인 쿠폰으로 10~15달러 정도 절약할 수 있어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활비 지출 부담에 1달러라도 아껴보려는 소비 심리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한 한인 소비자들의 풍속도 변화에 동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