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속 매식 비용 “올라도 너무 올라”
LA 한인타운에 직장을 둔 한인 이모씨는 최근 들어 점심시간에 한인 마켓 반찬 코너를 기웃거리는 횟수가 잦아졌다. 이유는 도시락 때문이다. 이씨는 5~7달러에 2~3개 반찬을 기본으로 하는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때때로 10달러를 조금 넘겨 쓰면 5~6가지 반찬의 도시락으로 제법 근사하게 한끼를 해결하기도 한다. 이씨는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기라도 하면 20달러는 기본이어서 약속이 없는 경우 한인 마켓을 돌아가며 이용하고 있다”며 “개스값에 커피값, 점심값까지 오르다 보니 출근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40여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만큼 치솟고 있는 물가 상승으로 한인 가정들의 외식 부담, 특히 점심을 밖에서 해결해야 하는 한인 직장인들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식료품은 물론 식사 메뉴 가격이 코로나 사태 이전에 비해 50% 이상 올라 매식 비용이 급증하다보니 요즘 점심(lunch)과 물가 상승(inflation)을 합친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이란 말이 나돌 정도다.
연방 노동통계국(BLS)이 최근 발표한 4월 ‘외식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7.4% 상승했다. 이중 식품 가격은 전년 대비 9.4% 높아지며 1981년 4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식품 비용 증가는 곧장 한인 직장인들의 점심을 책임지는 한인 식당들의 음식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한인타운 내 한인 식당 대부분은 올해 들어 음식 가격 인상을 단행한 상황. 예전 같으면 택스와 팁까지 합쳐 1인당 10~15달러 정도면 점심 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지만 이제 사정이 달라져 점심 한끼에 20달러 이상을 쓰는 게 보통의 상황이 됐다. 인플레이션 여파로 각종 식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에 한인 식당들은 가격 인상 이외에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외식 물가 상승에 따른 점심 식사 비용 부담에 일부 한인 직장인들은 마켓 도시락과 같은 저렴한 점심 메뉴를 찾아 한 끼를 해결하기도 한다.
한인 직장인 J모씨는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사실을 점심값이 부담되는 현실에서 느끼기 시작했다”며 “요즘 점심 식사 약속을 가급적 줄이려고 애쓰고 있다”고 했다.
점심값을 아끼려 집에서 도시락을 챙겨오는 한인 직장인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1주일에 3일 정도 사무실 출근하고 있는 한인 직장인 박모씨는 “도시락을 준비하는 데 시간도 걸리고 메뉴 선택의 폭도 크지 않다”며 “그래도 식당 음식값에 비하면 저렴하다는 생각에 계속 도시락을 싸와서 먹고 있다”고 말했다.
점심 비용 상승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은 미국 직장인들도 마찬가지다. 25일 CNN비즈니스는 “재택근무를 마치고 일터로 복귀하고 있는 미국 직장인들이 높아진 점심 식사 가격과 개솔린 가격, 보육 비용 등 급상승한 물가로 고통받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커피 체인 스타벅스는 지난해 1월과 올해 초 가격을 올린데 이어 추가 가격 인상도 고려 중이다. 샐러드 체인인 ‘스위트그린’도 최근 실적 보고서에서 전년 대비 메뉴 가격을 10% 인상했다고 언급했다.
모바일결제 기업 스퀘어가 지난 3월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미국 주요 도시의 샌드위치 가격은 전년 대비 14%, 타코 가격은 12%, 샐러드와 햄버거 가격은 각각 11%와 8%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개솔린 가격도 한인을 포함한 미국 직장인들의 출근 부담을 높이고 있다. CNN비즈니스는 “출근 재개에 따른 의류비뿐 아니라 화장품 및 이미용 비용 등 외출에 따른 비용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보육비 인상에 따른 맞벌이 부부의 비용 부담도 크게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