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4,100억 달러 ‘유동성 조이기’… 전례 없어
코로나19에 맞서 그동안 ‘무한정 돈 풀기’에 나섰던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이제는 반대로 대대적인 ‘유동성 조이기’에 들어감에 따라 ‘이지머니’(자금 조달이 쉬운 상태) 시대가 끝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2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소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BE)는 주요 7개국(G7) 중앙은행들이 올해 남은 기간 보유자산을 약 4,100억 달러 감축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중앙은행이 지난해 보유자산을 2조8,000억 달러 늘린 것을 포함해 코로나19 대확산 이후 8조 달러를 시중에 푼 것과 비교하면 극적인 반전이다.
이런 보유자산 축소(대차대조표 축소), 즉 양적긴축(QT)은 각국 기준금리 인상과 더불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코로나19 봉쇄로 타격을 입은 전 세계 경제에 전례가 없는 어려움을 안겨 줄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특히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본격적으로 금리 인상을 시도하기도 전에 채권 금리 상승, 주가 하락, 미 달러화 가치 상승 등 금융시장의 상황이 빠듯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준은 현재 월 950억 달러 한도로 매월 보유자산을 줄여나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로 인해 2013년 ‘긴축 발작’(Taper Tantrum)과 같은 상황은 재연되지 않을 것이란 게 금융시장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긴축 발작은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갑작스럽게 자산매입 규모 축소(테이퍼링)를 발표해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은 사태를 말한다.
현재는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에 대한 메시지가 금융시장에 충분히 전달돼 그 영향이 이미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연준이 2017∼2019년 보유자산을 축소할 당시는 연준 혼자만 그런 행보에 나섰지만, 지금은 다른 국가 중앙은행들도 이런 양적긴축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세계 통화정책 역사에서 처음 있는 상황이라고 블룸버그는 금융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지적했다.
예컨대 유럽중앙은행(ECB)은 3분기에 양적완화(QE) 정책을 종료할 것이라고 예고했고,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올 2월부터 국채 재투자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미 보유자산 축소에 들어갔다.
G7 가운데 일본만이 국채 매입을 고집하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국채 금리 목표치를 유지하기 위해 무제한 국채 매입을 시행하고 있다. G7은 아니지만 경제 대국인 중국 중앙은행 인민은행도 최근 통화정책을 경기부양 기조로 전환하며 선진국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블룸버그는 그동안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호황을 누렸던 세계 주택시장과 가상화폐 시장이 중앙은행의 이런 ‘긴축 모드’로 ‘심판의 시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업계 일각에서는 벌써 위험자산을 줄이고 있기도 하다. 씨티그룹은 시중 유동성이 채권 수익률보다는 증시와 더 상관관계가 크다며 양적긴축으로 연준 자산 1조달러가 줄어들 때마다 이후 12개월 이내에 증시가 10%가량 빠질 것으로 추정했다.
주요 중앙은행들은 이번 대차대조표 축소가 금융시장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기준금리 인상, 달러 강세, 원자재 가격 상승, 미국 재정지출 감소 등과 맞물려 미국과 세계 경제가 역풍을 맞게 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