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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작가 미상

지역뉴스 | | 2022-04-29 08:30:16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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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자(시인·수필가)

 

한 없이 맑은 하늘과 마주하고 앉았다. 정처 없는 구름을 바라보며 자문해본다. 과연 무엇을 위해 세상에 태어났으며 내게 주어진 적절한 소명은 무엇일까. 선택해야 할 갈림길 앞에서 진지하게 붙들고 몰두해본 기억이 없다는 생각에 어쩌면 생을 적당히 살아온 건 아닐까. 새삼 자신을 풀어보려 골몰하는 초로의 아낙이 측은하다 못해 애잔한 마음이 통증처럼 고인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평범한 인간이기라도 한 걸까. 세월이 흐를수록 세상이 아름답게 다가오고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고움과 맑음과 수려한 청아와 찬연한 고매 함이 서리어 있어 세월이 흘러가는 것이 안타깝다. 글을 쓰면 써 갈수록 세상 아름다움이 끝없이 쏟아져 나온다. 표현하기 힘든 멋진 세상이 펼쳐지고 있지만 나는 나를 위해 글을 쓰고 있고, 나를 위해 글을 써야한다고 우기고 있다.

세월을 보내기가 고되고, 외롭고 힘들었던 만큼에 비례하 듯. 글쓰기는 세상이 지닌 지독한 양면성 진실을 주시해야 하기에 예리한 시선이 필요한 것이었다. 세상과 공감해야 하고 저마다 하고픈 이야기들을 안고 묵묵히 걸어가는 속마음을 포착해야 한다는 책무 때문에 세상과 냉정한 버티기를 시도했던 적도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설득력 있게 떠오른다. 

내가 빚어낸 소중한 것들이 타인에게까지 소중한 것이 될 수 없음을 기억해 두려 한다. 내가 애정을 심은 것, 내가 인정하고 동의하는 것에만 집중하자. 세상으로부터 아무 것도 받을 것이란 기대가 없어야 글쓰기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타적으로 살아가기보다 이기적인 삶도 허락해주고 싶다. 선한 영향력을 두루 나누기엔 항상 역부족이었으니까. 마음이 편해진다. 스스로를 바로 바라보는 일에 순응하자. 부족한 모습 이대로 살아가자고 마음을 다지는 초로의 아낙이 사랑스럽다.

가까운 지인과 식사를 나누는 자리에서였다. 우연히 다른 일행을 만나 인사를 나누게 되면서 작가라는 소개를 받게 되었다. 예상치 못한 일이라 갑자기 덫에 걸린 것 같은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작가를 향한 세상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걸까. 작가가 세상을 향하는 시선은 그 고유성의 가치를 소중히 보존하려는 바램이 담겨있지만 세상이 작가를 보는 시선을 정갈한 포착이 아닌 냉혹하고 예리한 채찍을 준비한 뉘앙스를 느끼고 있는 터라서 작가 자리는 따뜻한 시선이 그립기 마련이라 잠시 생각이 정체 되었던가 보다.

글쓰기는 장소 시간도 구애받지 않으며 언제고 가까이에서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기에 글쓰기를 붙드는 일은 가장 용이하고 저절로 익혀진 관습처럼 고루한 기쁨 범주에 들어서버렸다. 나에게 글쓰기란 치유의 보편적 개념이다. 지친 마음을 비추어 보기 위한 어휘를 찾아 나서고, 때로는 적절한 비유를 들이대기도 하면서 곤하고 굳어가는 마음 근육을 풀어주는 소중한 일을 감당해 왔으니까. 글쓰기는 특출한 타고난 문장력 만으로는 길이 멀다. 진실에 다가서려는 맑은 생각이 유지되어야 한다.

가끔은 휘청대는 슬럼프에서 빠져나와야 하는 결단도 필요하다. 주체할 수 없는 쓰면 쓸수록 몰두 되고 빠져드는 함정 같은 끌어당김을 적당히 우회할 수 있는 여유도 필요한 것이었다. 또한 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은 쓰기를 위한 두엄을 위해서지만 읽기보다는 쓰기가 편하고 행복하다. 사람을 만나 대화하고 삶을 나누는 시간이 아까울 때가 있을 만큼. 글 속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다는 것 만큼 더 낭만적 행위는 없을 것이란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긴장이 풀릴 즈음 인데도 가끔은 동굴처럼 처절하게 갇히기도 한다. 추상적 변화를 제대로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믿음 소망 사랑은 죽는 날까지 품어야 하는 것이지만 절망, 외로움 같은 슬픈 감정과 시기 질투 증오 같은 낱말과는 단절하고 싶은 볼품 없는 감정 흐름도 고단한 부분이다. 글쓰기 앞에선 소극적이어도 아니될 터이요, 한계를 분간 못한 은유에 집착해서도 아니될 것이다. 표현의 한계에 맞닥뜨릴 때, 어휘를 풍부하게 담고 싶다해서 사전 존재만으로 가닥을 잡을 수 만은 없는 일이다. 언제고 새로운 어휘를 찾아낼 준비가 필요하다. 낱말 하나 하나가 피와 땀이었기에, 걸러내고 비켜간 글줄기들을 불러 모으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파일을 열다 보면 주제에 따라 언제부터인가 속도감도 줄어들고 붓 끝에 힘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에 초점이 모아지면서 잃어버린 시작을 찾아야 한다는 초조함에 휩쓸리기도 한다. 아직은 무딘 습관이 되지 않았음에 감사하게 되지만 때론 작가 미상의 매혹에 매료된 적이 있었다. 독자들 앞에 거리낌 없이 내밀어지는 글이 그리 흔하지 않을 뿐더러 작가미상이란 그늘이 안도와 쉼과 여유를 드리울 수 있을 것이란 위로가 상큼한 유혹이 되어 앞을 가린다. 작가 미상으로 책을 펴낼 수만 있다면 불쑥 내밀고 싶은 단편들이 깊은 잠에 빠져있다. 작가 미상 유혹을 외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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