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오겜’을 찾아라
25년 전 넷플릭스는 비디오 대여업을 하던 조그만 업체였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단시간 내에 미국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강자로 부상했다. 온라인으로 동영상 콘텐츠를 즐기는 서비스(OTT)를 일궈냈기 때문이다.
안방 시청자들이 리모컨으로 케이블 채널을 돌리며 하품을 할 때 넷플릭스는 소비자들의 새로운 욕구를 꿰뚫어 봤다. 원하는 시간에 좋아하는 콘텐츠만 골라 볼 수 있는 스트리밍 시대를 연 것이다.
2017년 전 세계 가입자 1억 명을 넘기며 성장 가도를 달리던 넷플릭스에 날개를 달아준 것은 코로나19 사태였다. 코로나 사태는 온라인 기반의 비대면 산업에 특수를 일으켰고, 넷플릭스는 2020년 말 기준으로 가입자 2억 명을 돌파했다.
코로나 사태는 스트리밍 전쟁도 촉발했다. 영화관이 문을 닫자 할리웃을 호령하던 공룡 기업들은 너도나도 스트리밍 사업을 강화했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업계 모두가 스트리밍이 미래라고 외칠 때 위기는 넷플릭스를 먼저 찾아왔다.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난 일상 복귀와 더불어 넘쳐나던 유동성이 촉발한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예고 등은 넷플릭스에 복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지난 19일 공개된 1분기 실적은 시장에 실망을 넘어 충격을 안겼다. 1분기 유료 회원은 2억2,160만 명으로, 작년 4분기와 비교해 20만 명 줄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가입자가 감소한 것은 1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월가는 코로나 수혜 효과 종식, 스트리밍 업체 간 경쟁 격화로 넷플릭스의 성장성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진단을 내놨다.
이번 ‘넷플릭스 쇼크’는 스트리밍 산업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콘텐츠에 아낌없이 돈을 쏟아붓고 외형 키우기에 급급했던 스트리밍 업체가 투자 대비 수익성과 효율성을 먼저 따지는 전략으로 선회할 수 있어서다.
가입자 감소라는 경고장을 받은 넷플릭스가 이런 변화를 먼저 시사했다. 그동안 방치해뒀던 계정 공유 무료 시청자에 대한 과금, 광고를 포함한 저가 서비스 출시, 향후 2년간 콘텐츠 지출 비용 일부 삭감, ‘오징어게임’과 같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과)가 좋은 작품에 대한 투자 강화 등을 긴급 처방전에 올렸다.
스트리밍 시장이 포화 상태에 도달했다는 경고음도 여기저기서 울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칸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스트리밍 서비스 보급률은 작년 4분기 81.6%에서 올해 1분기 81.4%로 정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