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여행객 급증·유가 인상 등 겹쳐
팬데믹 종료를 앞두고 미 국내선 비행기 티켓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 등으로 항공유가 비싸진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해제를 기다린 여행객 증가로 수요까지 폭발한 탓이다. 일부 구간은 단기간에 가격이 50% 가까이 치솟았는데 마땅한 방법이 없어 한인 여행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항공권을 사는 상황이다.
17일 항공권 예약 웹사이트 호퍼에 따르면 미국 국내 왕복 항공권 평균 가격은 최근 33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연초와 비교했을 때 무려 40% 넘게 증가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노선인 LA에서 샌프란시스코 왕복 항공편은 5월 기준 약 200달러로 지난 2개월 동안 가격이 약 2배 올랐다. 특히 해당 노선의 주말 황금시간 항공권 가격은 600~700달러에 달해 국제선 가격에 육박할 수준까지 치솟았다.
국내선 가격이 급등한 것은 항공유 가격 상승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연초 대비 50% 가까이 오른 100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이 결과로 항공유도 비싸진 것이다. 할리 벅 호퍼 애널리스트는 “티켓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올라간 유가”라며 “항공기 제트 연료 가격은 지난해와 비교해 75%, 연초 대비 40% 가까이 인상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항공사들은 유류비 인상을 이유로 5월에 항공권 가격을 10% 가까이 더 올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코로나19 해제와 함께 여행 수요가 견조한 것도 항공권 가격 상승을 부채질 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티켓 비용이 비싸지면 승객들이 감소해야 하는데 그동안 팬데믹에 지친 ‘보복 여행’ 심리 탓에 반대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델타항공의 경우 지난달 판매 가능한 전체 항공 좌석 수가 팬데믹 전인 2019년보다 10%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역대 가장 많은 월간 매출액 신기록을 세웠다. 올라간 가격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몰린 탓이다. 이와 관련해 에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내 항공 경력에서 이와 같이 강한 수요를 본 적이 없다”고 평가했다.
설상가상으로 팬데믹 기간 구조조정을 한 항공업계의 노동력 부족도 단기간 급격히 오른 항공권의 원인이 됐다. 수요가 증가하면 탄력적으로 항공편을 늘리면 되는데 인력난으로 항공업체들이 유연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델타항공의 경우 최근 한 달 동안에만 신규 조종사 약 200명을 고용했지만 2분기에도 2019년 대비 84% 수준으로만 운항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절대적으로 운행되는 비행기 숫자가 많이 줄어든 것이다.
국내선 가격 상승 때문에 한인 여행객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 특히 단기간에 비용이 급격하게 올라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LA에 사는 김모씨의 경우 아들이 보스턴의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자 UC와 비교를 위해 이달 중 일가족 3명이 캠퍼스 방문을 한 뒤 진학 대학을 결정하려 했지만 너무 오른 항공료 때문에 일정을 포기하고 말았다.
김씨는 “보통 할인 가격으로 구입하면 미 동부에 왕복 300~400달러대에 갈 수 있었는데, 이번에 알아보니 LA에서 보스턴 항공권이 제일 싼 것도 주말에는 800달러, 평일에도 600달러에 육박했다”며 “결국 동부행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