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통화정책 디커플링 여파에 뒤집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스텝’ 속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10년물 국채금리가 약 12년 만에 역전되며 중국으로부터의 자본 이탈 가속화를 예고했고, 미국과 일본의 국채금리 격차가 벌어지면서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엔·달러 환율이 125엔을 돌파(엔화 가치 하락)하며 6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1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와 중국의 10년물 국채금리 차이는 2010년 6월 이후 11년 10개월 만에 역전됐다.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장중 2.7798%까지 치솟은 반면 중국은 2.6901%까지 떨어졌다. 올해 초만 해도 미국은 1.6%대에 머문 반면 중국은 2.8%대로 중국이 1%포인트 이상 높았다.
세계 최대 경제 대국으로서 투자를 해도 돈을 떼일 가능성이 없는 미국의 국채금리는 지난 10여 년 동안 신흥국인 중국의 국채금리를 항상 밑돌았다. 낮은 금리를 투자자에게 지급해도 워낙 안전하기 때문에 미국 국채를 찾는 투자자는 많았다. 하지만 최근 양국의 통화정책이 엇갈리며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지난달 3년 3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한 미 연준은 약 4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물가상승률과 고용 시장 훈풍을 이유로 앞으로 더욱 공격적인 긴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2일 발표되는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7.9%)을 훌쩍 뛰어넘는 8%대 중반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에서는 연준이 5월 0.5%포인트 금리 인상의 ‘빅스텝’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반면 중국은 코로나19 확산과 상하이 봉쇄, 30여 년 만에 최저가 예상되는 올 경제성장률(정부 전망치 5.5% 안팎), 미국에 비해 낮은 물가상승률(3월 1.5%, 전년 대비) 등에 인민은행(PBOC)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며 국채금리가 하락하고 있다. 실제 6일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국무원 상무회의를 주재하면서 “현재 일부 시장 주체가 심각한 충격을 받고 있다”면서 “여러 통화정책 도구를 적시에 사용하겠다”며 완화적 통화정책을 예고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이미 중국에서 기록적인 자금 이탈이 일어났는데 금리 역전으로 더 많은 자금이 빠져나갈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안정성과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미국으로의 ‘머니무브’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국채에 대한 프리미엄이 사라지면서 이미 지난 두 달간 전 세계 펀드들은 900억 위안(약 140억 달러)어치의 중국 국채를 팔아치웠다. 싱자오펑 ANZ은행 중국 선임투자전략가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내년에 3%까지 올라 중국보다 0.15%포인트 높아질 것”이라며 “중국 국채 시장에서 단기적인 자금 유출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이날 미국과 일본의 국채금리 차이가 2015년 이후 최대로 벌어지면서 엔화 가치는 장중 달러당 125.42엔을 기록했다. 이날 10년물 일본 국채금리는 0.236%를 기록해 미 국채금리를 2.51%포인트 밑돌았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의 쿤 고 아태전략 책임자는 “미국 채권 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일본은행이 10년물 국채 금리를 0.25%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30엔으로 근접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